안정적 농산물 생산·유통…농축협 경쟁력 제고·농업소득 향상 ‘집중’

농촌인구 감소·청년농 유입 저조 문제 해결
상호금융 특별회계 독립법인화
무이자자금 20조 조성 등 핵심 공약 실현 과제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지난 11일 임기를 시작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이 지난 60년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60년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담은 비전 2030을 내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임기를 시작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이 지난 60년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60년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담은 비전 2030을 내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농협 강호동 호(號)가 지난 11일 강 회장의 취임과 함께 힘차게 출항했다.

지난달 25일 17년만에 전국 1111개 농·축협 조합장이 직선제로 실시한 선거에서 62.7%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이날 농업계 관계 기관·단체 대표, 조합장 등 800여 명의 축하를 받으며 힘찬 출발을 알린 것이다. 특히 이날 강 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농협의 정체성을 회복해 구태를 벗고 미래를 향해 도약할 것이라 밝혔다.

농업계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모으며 취임한 강 회장이 비전 2030을 통해 제시한 농협의 새로운 청사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 농업·농촌, 위기를 기회로 도약

강 회장은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비전 2030으로 내걸고 “지난 60년의 성과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담대한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고 선포했다.

지난 60여 년간의 노력으로 많은 성과와 발전을 거뒀지만 농업소득 정체와 양극화, 농가 고령화, 농촌 소멸 심화 등 농업·농촌의 구조적 위기와 고물가·고환율, 불안정한 국제정세 등 대내·외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농업·농촌·농업인의 현실은 말 그대로 ‘위기’라는 것이다.

이는 이러한 농업·농촌·농업인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으로 미래를 여는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강 회장의 각오와 오랜 농업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농정철학을 담아 수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비전 2030에서는 지금을 새로운 60년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환기로 인식하고 후보자 시절부터 강조해왔던 ‘변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비전 2030에 따르면 농협은 앞으로 과거의 보전에서 미래의 희망으로, 관행의 답습에서 적극적 변혁으로, 소극적 추종에서 담대한 도약으로의 길을 걷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취약한 생산성과 낮은 소득, 늙고 소멸돼 가는 농업·농촌에서 국민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책임지고 농산업으로서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미래를 그린다. 또한 중앙회 중심 경영, 열악한 사업 경쟁력과 구조적 비효율의 방치에서 농협 경영의 근본부터 바로잡기 위한 운영 패러다임의 근본적 대전환이 예고된다. 아울러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범농협 차원의 도전으로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농업·농촌의 위기 극복을 위해 농협이 나서 변화와 혁신을 이끎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는 강 회장의 야심찬 각오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농협의 새로운 비전은 농협이 추구하는 미래상과 농협의 정체성, 전환 과제 등이 담겨 수립됐다.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농업’, ‘모두가 행복을 만들어갈 농촌’, ‘모두에게 자랑이 되는 농업인’을 농협이 추구해야 할 농업·농촌의 미래상으로 설정하고 ‘농업인이 참여하고 이끌어갈 농민의 농협’과 ‘국민과 함께 세계로 나가는 국민의 농협’을 정체성으로 삼았다. 기존 경영 패러다임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대전환을 이루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농업·농촌의 미래상은 ‘희망농업’·‘행복농촌’으로, 농협은 ‘국민의 농협’·‘농민의 농협’·‘농축협 중심의 농협’·‘글로벌 농협’이라는 미래상을 모아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으로 응축됐다.

이는 다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비전과 ‘희망농업, 행복농촌 농협이 만들어 갑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재탄생했으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농업인을 위한 농협’·‘지역 농축협과 함께하는 농협’·‘경쟁력 있는 글로벌 농협’은 4가지 핵심 가치가 됐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5가지 혁신 전략도 제시됐다. 먼저 △농민존중 △농업성장 △농촌재생 △농업혁신이라는 4가지 농업가치에 기반한 ‘농사같이(農四價値) 운동’ 전개다. 이는 농협의 변화와 혁신의 대전환을 위한 성장동력 내재화를 위한 농협운동으로 60년 농협·농촌운동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고 유관기관의 지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농업인·국민과 함께 상생하는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회 지배구조의 혁신과 지원체계 고도화를 통한 농축협 중심 농협 구현이다. 이는 농협의 모든 사업을 농축협과 농업인 조합원을 위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경제지주 지도·지원 부서의 중앙회 이관, 농축협의 계열사 지분과 조합장의 계열사 경영 참여 확대, 무이자자금 규모와 지원기간 확대, 농축협 판매사업 기반 강화, 농산물 책임판매 확대, 쌀 산업 기반 유지와 가격안정을 위한 농협의 역할 강화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는 디지털 기반 생산·유통 혁신으로 미래 농산업을 선도하고 농업소득을 향상 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농산업 변화와 농협 경제사업, 농산업 유통 등에서의 문제를 진단해 스마트 영농 정착과 농자재 가격안정, 유통혁신 등을 통한 농업소득 향상과 농축산물 수급안정을 도모한다.

네 번째는 금융부문 혁신과 디지털 경쟁력을 통한 농축협 성장 지원이다. 치열해지는 금융 환경 속에서 농협금융과 상호금융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농축협 신용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호금융특별회계 운용능력을 높여 농축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농축협과 농협금융의 협업을 강화해 초일류 디지털 금융기관으로 도약하는 등 협동조합 금융의 정체성을 확립, 범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미래경영과 조직문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농협으로의 도약이 제시됐다. 이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범농협의 위기 대응체제를 구축해 안정적인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래전략실을 설치해 농축협과 중앙회의 혁신을 주도하고 범농협의 미래 성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농협의 새로운 청사진에서 수차례 강조되고 있는 것은 농축협과 정체성이다. 농촌에서 농업 현장의 파수꾼이자 농업인과 지역민의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하는 농축협에 대한 아끼지 않는 지원이 농협의 정체성이라는 의지로 풀이된다. 농축협 중심의 농협이 건강한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을 견인함으로써 농업과 농축협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국민의 사랑을 받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첩경이자 정도라는 판단에서 농협의 나아갈 바를 설정한 것으로 농협중앙회 운영의 전환점이 될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 농업·농촌 현안에 법 개정 등 숙제 산적

강호동 회장은 최근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남부지역 농업 현장을 방문해 피해 농업인을 위로하고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강호동 회장은 최근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남부지역 농업 현장을 방문해 피해 농업인을 위로하고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취임식 이후 강 회장은 전국 농업 현장을 누비고 있다. 취임식 다음날인 지난 12일 강 회장은 경기 포천에서 일동농협과 포천농협, 소홀농협을 방문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경기 김포로 이동해 김포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순람한 뒤 김포 관내 조합장들을 만났다. 이후 농협하나로마트 고양점, 강서공판장 등 농협의 경제사업장을 찾았다. 이어 지난 13일 전남 나주 세지면 멜론농가, 15일 경북 성주군 참외농가 등 최근 일조량 부족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남부지역 농업 현장을 방문해 피해 농업인을 위로하고 각종 지원을 약속하며 농업 현장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강 회장의 이같은 현장 중심의 광폭 행보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과 새롭게 변화할 농협이 해결해야 할 현안과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가장 먼저 농업소득 문제와 농촌의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1980년대 5.2%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던 농업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최근 0.7%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농가인구 감소, 청년농 유입 저조, 도시근로자대비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농가소득, 지방소멸 위기 등은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한 농가소득 양극화에 따른 조합원 이질화, 도시농협과 농촌농협의 격차, 조합원 감소, 농산물 판매역량 부족 등은 농협이 스스로 풀어 나갈 수밖에 없는 현안으로 꼽힌다.

여기에 강 회장이 후보자 시절 제시한 100대 공약과 새롭게 선포한 비전 2030을 토대로 농협경제지주의 지도·지원 부서의 중앙회 이관, 상호금융 특별회계 독립법인화,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 등 핵심 공약의 실현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이를 위한 공감대 형성은 임기 중 넘어야 할 큰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들 과제의 경우 법 개정과 직결된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나 국회, 농업인단체 등과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하기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연구소장은 “농협경제지주 지도·지원 부서의 중앙회 이관이나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 상호금융 특별회계 독립법인화 등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원인과 이유가 있다”며 “농협이 이러한 부분에서의 변화를 하겠다면 그에 맞는 명분과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농업인 조합원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감과 이해를 얻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협의 한 관계자는 “경제지주의 지도·지원 부서의 중앙회 이관이나 무이자자금 20조 원 조성방안 등과 관련해 아직 명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임기 내에 달성을 목표로 신중히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눠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고양 유통센터를 방문해 사과 등을 살피며 현장을 점검한 강 회장
지난 12일 고양 유통센터를 방문해 사과 등을 살피며 현장을 점검한 강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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