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작물 추천·유통망 확보 역할 강화
'현장중심 유통해결' 전념

지종진 예산농협 조합장은 70%의 자신감만 생기면 사업에 착수하는 모험심 왕성한 CEO(최고경영자)다.

또한 결단력의 사나이기도 하다. 그는 새로운 모습의 농협을 이끌어내 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서 간부가 될 수 있는 상무 진급시험 합격증을 내려놓고 사직서를 냈다. 진급의 달콤함이 농업·농촌발전의 의지를 무디게 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는 가시밭길을 걸어 3수 끝에 결국 자신이 근무하던 예산농협 조합장이 돼 옛 동료들과 ‘새로운 농협’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이력답게 지 조합장은 조합장 취임초기부터 ‘농협은 생산자 단체인가’, ‘그렇다면 그들의 생산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부터 준행된 생산·유통·판매의 관행은 과연 지금도 농업인 조합원들에게 적정한 재화와 용역 그리고 서비스의 만족도를 제공하고 있나’, ‘왜 농협 조합장은 당선되고 나면 지도자라기보다 도로 직원이 되는가’ 등에 대해 고심했다. 규정을 앞세우다 보면 추진력·돌파력이 무뎌지고, 규정을 무시하면 직원들과의 충돌이 생겨 소통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계수와 규정에 관한 것은 상임이사한테 맞기고 현장중심의 유통해결에 전념키로 했다.

지 조합장은 요즘 신례원에 있는 유통센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하나로마트 사업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방울토마토와 쪽파 같은 특화작목에 대한 공선출하와 연합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스톱 영농법인’을 만들어 변화하는 농촌여건에 발맞춰 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조합 내에 별도의 특수법인을 설립, 고령화된 조합원 농가의 논농사, 밭농사의 영농과정 전체를 대행해 결산만 해주는 형태의 광범위한 토탈 영농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조합에서 파종부터 재배, 수확관리, 유통·판매, 입금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꼭 농협이 시도하고 실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 조합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선거 때 공약까지 했다. 고령화에 따른 농협과 농촌 활성화를 통해 농업인을 돕겠다는 소신에서다. 이런 그의 생각에 조합원들도 적극 호응했다.

한편 조합 대흥면 2400㎡ 시범포에서는 인도감자를 비롯한 멕시코 파, 동남아 무 등 30여 종의 과채류 특수품종 들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조합 하나로마트에서 판매 선호도 및 소비자 반응을 살펴 농가 소득작목으로 육성된다.

지 조합장은 “‘지산지소(地産地消)’, ‘로컬푸드’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농협이 적극적으로 농업인의 소득작목을 추천하고 재배법과 유통망을 열어주는 일까지 일괄 서비스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250만 농업인의 대변자를 자임해 온 농협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분명 지 조합장은 부지런한 지도자다. 직접 해내야 속이 풀린다. 지난해 관내 축협이 대규모 매장을 열어 농축산물판매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가운데 직접 마트 매장에서 밤을 지새우며 직원과 조합원을 독려해 오히려 매출신장을 이뤄낸 것은 이런 그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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