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경제는 생산과 유통, 소비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움직이고 또 발전해나간다. 이러한 구조에서 유통은 생산기능과 소비기능 사이에서 생산물을 이동시키는 과정으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마치 우리 몸의 혈류가 인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 원활한 생명유지활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유통은 경제의 곳곳에 혈관처럼 뻗어 생산과 소비를 이어줌으로써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농업에 있어 이제는 필수 요소가 돼 있는 농기계산업 분야 역시 생산과 유통, 소비의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기계 제조업체가 생산을 하고 최종 소비자인 농업인에게 공급돼 편리한 농작업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농기계분야 역시 일반산업과 마찬가지로 ‘유통’이라는 혈류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농기계유통구조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등을 생산하는 이른바 종합형업체들의 시·군단위 농기계대리점과 농협중앙회의 매취사업을 통한 지역농협농기계센터 등으로 이원화돼 있다. 특히 농업 현장에 위치하는 민간 농기계대리점들은 농기계판매 뿐 아니라 농기계사후봉사(A/S 사후봉사)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어 일선 농업인들에게 있어 그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이러한 전국의 민간 농기계대리점들이 최근 단체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 산재한 600여 농기계대리점들이 단체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이 그 실체로, 최근 논산시 소재 조합사무실에서 현판식을 갖고 오는 12일 공식적인 출범을 알리는 창립총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농기계대리점들이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기계의 생산, 유통, 소비라는 측면에서 농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존재한다. 소비측면에서 역시 농업인을 대변하는 농민단체들이 존재하고 농기계유통의 또 다른 한축을 이루고 있는 농협역시 그자체로 조직을 의미한다. 하지만 민간 농기계대리점들만이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할 만한 조직이 없는 현실이다.  
  최근 농협의 최저입찰제와 유통구조상의 출혈경쟁으로 인한 경영악화와 더불어 수입 농기계의 위협적인 시장점유율 확대 등으로 민간 농기계대리점들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곤경에 처해 있다는 점이 단체를 구성하게 된 필연으로 여겨진다.
  농기계유통협동조합 결성을 통해 농기계유통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한국 농기계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창립 취지다.
  모든 산업에 있어 생산과 유통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도모하며 산업발전을 이끌고 또 한편 견제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농기계산업분야 생산자단체의 목소리는 있었지만 유통분야는 그러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왔다. 그러한 측면에서 농기계유통협동조합의 탄생은 산업발전적인 측면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반면 농기계유통조직이 비대해지고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높아져 힘없는 중소농기계제조업체에 ‘슈퍼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이 농기계유통시장의 건전성확보와 농기계산업보호, 대농업인 서비스 강화라는 기본 설립취지에 벗어나 그들만의 이익을 위한 사업에만 몰두할 경우 그 존재 가치를 잃고, 스스로 자멸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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