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 60여일이 지나며 피해규모 역시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정부 발표자료만 보더라도 지난 9일 현재 321농가에서 AI가 발생해 31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매몰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AI 확산에 대한 원인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철새가 AI 발생의 주범이 됐지만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데는 방역당국과 농가, 유통업계 등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AI의 경우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발생하면서 수평전파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산란계 농가에 직접 출입하는 계란수집 차량에 대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실 계란 유통구조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생산농가에서 수집 판매상인 도매상이 집란을 하고 중간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계란 유통상인이 수집판매상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렇듯 다수의 수집판매상이 다수의 농가를 순회하다 보니 AI와 같은 악성 가축질병 차단방역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가격 교섭력이 낮은 농가는 판매상의 일방적인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거래질서 혼란이나 유통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수년 전부터 일정 규모와 시설을 갖춘 GPC(계란유통센터)를 통해 계란이 거래될 수 있도록 유통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과 생산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동안 축산물 유통구조는 정부의 축산물 유통정책에 힘입어 산지시설 중심의 정비가 상당히 개선됐지만 아직도 그에 맞는 거래제도나 규격화는 충분히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계란 역시 집하장 시설은 어느 정도 현대화되고 있으나 여전이 수집과 선별 기능에 머물러 있다. 일부에서 운영중인 GPC도 집하·선별·포장·배송 기능이 주다.

따라서 등급, 포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제품에 대한 품질향상과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라도 GPC의 중요성과 기능 제고를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레 농협 축산경제가 올해 양계농협 GPC를 통한 계통계란 거래 일원화를 추진하고 경기북부, 강원, 전북, 경남 등 GPC 필요지역에 신규 건립도 추진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비록 AI 발생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계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폭등 등으로 다시금 GPC에 대한 필요성이 불거지게 됐지만 이번을 기회로 계란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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