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호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식품을 얼려서 먹은 역사는 꽤 오래됐다. 선사시대에 조개류를 얼음 조각 속에 묻었던 유적이 발견됐으며 삼국사기에는 신라시대에 얼음 저장(藏氷)이 제도화돼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이때에는 빙고전(氷庫典)을 두고 대사(大舍) 1인, 사(史) 1인을 배치했다. 얼음 저장고를 담당하는 관리인제도는 계속 보완되면서 고려를 거쳐 조선에까지 계속됐다. 현재 서울 옥수동에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동빙고(東氷庫)는 나라의 제향(祭享)에 사용된 얼음을, 서빙고(西氷庫)는 궁중 내의 전(殿), 관아와 관원에게 배급된 얼음을 책임졌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냉동식품은 그 시장 규모도 상당하다. 2015년 기준 2조9000억원, 매년 4~5% 이상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 수준 또한 그만큼 성장하고 있을까.

냉동된 그대로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냉동기술과 해동기술은 함께 발전해야 하지만 김치냉장고, 제빙기 등 냉장·냉동기는 발전을 거듭하는 반면 해동기계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하는 해동은 냉동실에서 꺼낸 식품을 실온에 그냥 두거나 물에 담가 녹이는 것이고, 요즘은 집집마다 보급된 전자레인지에 있는 ‘해동기능’을 이용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이용할 때 ‘해동이 잘 안 되네’라고 느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실온이나 물에서 녹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해동 중에 균도 생겨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한 경우 겉은 녹은 것을 넘어 익어 보이는데 속은 아직 냉동상태 그대로다. 빠르기는 하지만 제품의 품질은 떨어지는 것이다.

냉동식품을 해동해서 조리한 다음 먹으면 냉동이나 해동이 잘 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맛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특히 참치처럼 녹여서 먹는 식품이거나 육류와 같이 육즙이 있는 식품은 해동에 따라 맛도 천차만별이다.

냉동식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제품을 얼리거나 녹이는 기계장치다. 품목에 따라 냉동온도가 달라야 하며, 냉동된 식품도 알맞은 온도로 보관돼야 한다. 한없이 온도를 낮춰 냉동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보관온도 역시 너무 낮게 설정되면 운영비용이 증가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식품가공 전문가와 냉해동기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새로운 해동기를 개발하고 이 기계장치로 해동한 농축수산물을 평가·분석해 우수하다는 결과를 도출하는데 성공했다. 냉동식품의 핵심기술은 급냉과 급해동인데, 냉동이나 해동되는 가운데 품질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전자파를 이용해 얼리는 과정과 녹는 과정에서 조직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장파장의 RF(라디오파)를 이용해 모양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해동되고, 내부 깊숙이까지 열이 전달돼 겉과 속이 고르게 녹는다. 이 기술은 특허 출원이 완료됐고, 기술 이전해 널리 보급하는 것만 남았다.

지금까지 냉동식품은 축산물 위주였으나 최근에는 과일, 채소류, 감자, 죽류, 생선 등 농수산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냉동식품 품목이 점차 늘어나 많은 농산물에 적용된다면 문제가 되고 있는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배불리 먹기만 하면 좋은 시대는 지났다. 삶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의 입맛 또한 까다로워지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몸에 좋고 안전하고 맛있는 제품이 선택받는 시대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품질 차별화에 주력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농산물의 냉·해동 관련 기술 개발이 지속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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