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운영하던 농장에서 새끼돼지들을 구경하며 사료창고에서 구수한 사료냄새를 맡던 초등학생이 훌쩍 성장해 이젠 초등학교 4학년과 5세 딸을 둔 가장으로 부친의 가업을 잇고 있다. 2002년부터 농장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뒤 최근 농장운영 전면에 나선 이정수 경북종돈 대표. 1978년생인 그는 준비된 2세 경영인으로서 양돈으로 성공을 꿈꾸고 있다.

# 기록 관리 중시하는 ‘메모광’
 

이정수 대표는 농장 일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 있다. 바로 꼼꼼히 기록하고 무엇이든 ‘메모’하는 습관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과 주간일정 계획에 따라 매번 되풀이되는 양돈장 일의 특성상 제대로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일의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메모하면서 농장 경영과 관련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한다. 
 

“좋은 결과든, 안좋은 결과든 메모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생각 없이 적는 것도 많구요. 최근 몇 차례 강의를 의뢰 받아 발표한 적이 있는데 메모와 기록을 토대로 실패한 것과 성공사례를 강의하다보니 생생하고 현장감 있다는 말씀을 많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실제로 모돈 750마리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상위 1% 이내의 생산성을 이뤄내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돼지의 출생일자부터 출하까지 모든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료효율 제고는 물론 교배부터 임신, 분만, 이유, 육성 등의 일련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1996년부터 데이터를 전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돼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당시 플로피디스켓에 저장하셨지요. 전산입력방식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왔고 번식파트는 물론 모든 구간의 관리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교과서’대로 기본에 충실
 

축산을 전공한 이 대표는 대학 4년간 배운 내용들을 현장에 적용하면서 궁금한 점들은 지금도 다시 책의 목차를 보면서 체크한다고 한다. 처음 농장 일을 맡은 3년간은 사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돼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 예로 교배사 일을 하다가 발정주기, 무발정, 공태 등의 문제들을 교배사 내에서만 해결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어느 한 부분에 매달려 고민하고 안 좋은 결과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이 많았어요. 어느 정도 일을 하다보니 그제서야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보다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학교에서 공부한 책을 다시 보게 되면서 복습 아닌 복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결국 학교에서 배운 기본에 충실하고 그 기본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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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종돈은 기본적으로 농장 밖과 안에서 신는 장화를 색깔별로 구분해 따로 신고 돼지를 만질 때만 쓰는 장갑도 따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하면서도 기본적인 원칙들만 제대로 지켜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표적인 돼지소모성질병인 PED(돼지유행성설사병), PRRS(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등 질병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한 위생관리가 중요합니다. 양돈업은 1~2년 안에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산업이 아닌 만큼 꾸준히 기본적인 원칙들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 ICT 기술 이용 관리효율 제고
 

▲ 모든 구간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북종돈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최근 환기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고 한다. 돈사내 환기 방식은 네덜란드식 채널환기 중앙집중배기 방식으로 현재 냄새를 줄이기 위해 돈사내 순환시스템을 설치한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돈사에서 배기되는 환기를 위한 에어워셔를 설치할 계획이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를 통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ICT 기술을 이용한 관리는 팬컴(Fancom)의 기술로 교배, 분만, 자돈, 육성, 비육의 온도와 환기 컨트롤을 하고 있다”며 “또한 분만사, 포유모돈 자동급이기, CCTV를 설치해 관리의 효율을 더욱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정수 대표가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줄 아기 돼지들을 보며 꼼꼼히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인터뷰] 이정수 경북종돈 대표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양돈업을 시작하셨고 농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 이셨어요. 기억해보면 중학교 때 주말에 돼지 똥도 치워보고, 사료도 나르고, 자연스럽게 돼지와 접하면서 대학 축산과에 진학해 공부했습니다.”
 

이 대표는 아버지를 큰 산으로 표현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과 계획에 따라 반복되는 일을 하다보면 정말 잘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많고, 때론 쉬운 길도 구불구불 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조언해주고 노하우를 전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데 저한테는 큰 도움을 주시며 평생을 돼지와 함께한 아버지라는 큰 산이 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제주도에서 불거진 분뇨처리 문제 등 양돈업의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뉴스에 난 기사를 보고 양돈업자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죄송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분뇨처리와 그로 인한 민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젊은 농부로서 꿈, 소망, 바람 등도 소박하지만 확고했다.
 

“아들이 학급회장이 돼 아빠로서 부탁을 받고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첫 질문에 ‘여러분 돼지하면 무엇이 떠올라요?’ 하고 물으니 ‘삼겹살이요’, ‘보쌈이요’ ‘돈가스요’라고 대답해 줬습니다. 자라나는 아들, 딸에게 돼지는 식품이었습니다. 뭔지 모르게 내심 기분이 좋았구요.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하게 돼지고기를 생산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익숙할 만도 한데 개인적으로 새벽 5시에 매일 나오기가 힘이 드네요. 그래도 ‘농장에 가장 먼저 출근해 돼지 상태를 파악하자’는 다짐을 계속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경북종돈은
경기 평택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정수 대표의 부친 이희득 회장이 1976년 시작했다. 현재 MSY(모돈 마리당 연간출하마릿수) 27마리로 덴마크, 네덜란드 등 양돈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생산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모돈 750마리 규모로 청정하고 우수한 종돈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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