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 서울대 명예교수

13억 인구대국 중국의 1인당 평균소득이 1만달러에 근접하면서 세계먹거리시장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올해부터 막을 올린 시진핑 2기 경제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소비중심경제로의 이행이며 식생활구조에서는 육류소비의 고급화, 특히 쇠고기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원래 중국인이 즐겨먹던 식육은 돼지고기와 닭고기였으며 쇠고기는 식육으로는 거의 먹지 않고 국물맛 내는 용도로만 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내륙 지방도시에서도 서양식 스테이크하우스가 연이어 개점하고 쇠고기볶음이 식당의 인기메뉴로 될 만큼 쇠고기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쇠고기소비가 크게 늘면서 2013년에는 일본의 수입량을 앞질렀으며 2014년에는 유럽연합(EU) 전체와 대등한 소비량에 이르고 있다.

정책면에서도 2014년 이후 주식인 쌀과 밀을 제외한 옥수수·콩 등의 수입을 늘려감으로써 자급지향에서 국제농산물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조치로 이미 1996년에 옥수수·콩 등의 수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해왔던 선박관리조치를 폐지하고 단일관세방식을 도입한 데 이어 2014년 타결된 중·호주FTA(자유무역협정)에서는 쇠고기를 무관세수입품목에 포함시킨 바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식량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바는 중국정부의 지속가능개발에 대한 인식이다. 국내 식육소비증가에 발맞춰 국내에서 사료작물 생산확대를 추구한다면 중국의 자연환경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의 견해에 따라 사료작물의 생산확대에 따른 환경파괴 대신 사료작물의 수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수입대국으로서 중국의 등장은 세계먹거리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근년의 연간 7000만톤 수준을 넘어 2020년에는 1억톤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콩수입 급증에 대한 공급측의 대응으로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남미, 특히 브라질에서 대규모 콩생산농장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 국토의 18배에 달하는 내륙초원지대 세라도 면적의 절반이 이동식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미국형 콩농장으로 탈바꿈하고 있어 브라질은 전통적 수출종주국 미국을 제치고 중국에 대한 콩의 최대수출국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쇠고기 소비증가에 따른 연쇄효과로 뉴질랜드 축산업의 중심이 양에서 소로 바뀌어 양사육을 포기하고 소방목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크게 늘어났으며, 중국 음식문화의 서구화는 쇠고기에 그치지 않고 우유 등 유제품 소비의 급격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같은 급격한 식문화의 변화가 인도나 이집트 등 대규모 개발도상국으로 확산되는 경우 세계에 미칠 파장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 실마리는 이미 브라질 세라도지역의 과도한 농업개발에 따르는 환경영향측면의 우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수목이 우거진 미개발지를 무분별하게 밭으로 전환시키는 경우 보수력(保水力)이 떨어져 가뭄에 견디지 못하게 되는 생태환경파괴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 속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는 소수 곡물메이저 주도의 세계먹거리전쟁의 판도는 마치 유한한 자원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과실을 따려는 인류의 절제되지 않은 욕망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가장 평범한 진리는 ‘소는 원래 넓은 목초지에서 방목해야 하는 가축’이라는 사실인 바, 지금은 지구환경보전 및 식품안전성확보와 양립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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