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저온…과수농가 초토화
봄동상해 특약…기본보험료 50%추가 농업인 ‘부담’
조기낙과…올해 농사 끝난 농가도
값 비싼 보험료에 불안 떨며 과수농사…정부차원 대책 절실

▲ 봄철 냉해피해로 전국의 과수농가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 (사진 앞줄 오른쪽)이 충주시의 피해농가를 방문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사진 앞줄 왼쪽)에게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과수농가 피해에 대해 냉해가 아닌 생리적인 현상으로,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농가의 입장을 고려한 전면적인 농작물재해보험 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달 31일 충주시 피해농가를 방문,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최근 논란이 거센 ‘과일낙과현상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피해 인정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NH농협손해보험에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사과피해농가인 김경지 씨는 “지난달 농작물재해보험과 관련 피해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은 손해사정인이 ‘낙과피해가 냉해가 아닌 생리적인 현상으로 봄동상해특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며 “전형적인 이상저온으로 인한 냉해피해로 거의 모든 사과열매가 착과가 되자마자 노랗게 물들어 떨어졌는데 이것을 보고 냉해피해가 아니라고 회피하면 비싼 보험료와 특약 하나에 50%의 보험료가 올라가는 값비싼 봄동장해특약은 뭐 하러 가입하냐”고 분개했다.

김병원 회장은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의 설명을 듣고 농작물재해보험 동상해특약해당논란과 관련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피해보상을 받기위해 농업인들이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며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했는데 원인이 100%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보장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은 농업인을 위한 농작물재해보험의 기본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일단 착과가 되고 노랗게 변색돼 낙과했어도 4월에 발생한 이상저온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냉해로 인정해야하고 봄동상해특약가입농가의 피해보상에 문제가 없도록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해당내용을 NH농협손해보험에 지시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과와 복숭아는 복숭아의 경우 종합보험방식으로 운영돼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신 각종피해를 종합해 보상해준다. 특약논란이 거센 사과의 경우 과실손해보장과 나무손해보장특별약관으로 나뉘고 과실손해보장은 보통약관과 특별약관(이하 특약)으로 다시 나뉜다. 태풍, 우박, 화재, 지진 등의 피해만이 보통약관으로 보장되고 특약사항으로 봄동상해, 가을동상해, 집중호우, 일소 등이 있어 각각 해당금액만큼 추가보험료를 지불해야 보험에 가입돼 피해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봄동상해 한 가지만 특약을 가입해도 기본보험료에 50%정도가 추가돼 농가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농작물재해보험가입자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중 봄동상해특약가입자비율 또한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체적으로 재해보험가입자 중 봄동상해가입자비율이 40%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과주산지로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충주시 안에서도 재해보험에 가입한 사과농가 중 특약까지 가입한 농가가 5%미만인 지역이 있는 반면 70%에 달하는 지역도 있다. 냉해피해농가들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감수하며 특약까지 가입하고도 판단이 잘못돼 한푼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한편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사과 봄동상해특약가입농가의 특약해당여부에 대한 중앙회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최종결정은 정부가 하고 2차손해보험사와의 이해관계도 민감하게 맞물려있어 아직은 명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5월 31일 현재 충북지역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피해현황은 3183농가 1726ha로 사과와 복숭아, 배를 비롯해 포도, 블루베리, 옥수수, 마늘까지 다양한 품종이 냉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고 지역별로는 충주시, 영동군, 음성군, 보은군 등이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피해규모가 크게 확대되고 심각해짐에 따라 피해현황조사를 6월25일까지 1개월 연장해 정확한 피해현황을 조사·집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냉해는 전국적으로 초토화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와 정도가 심각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규모가 확산되고 있어 6월말이 돼야 정확한 피해현황이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십년 간 과수농업을 해온 피해농가들은 이번 냉해피해가 평생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피해가 큰 농가는 올해 수확을 아예 기대할 수도 없는 농가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돼 보험 미가입농가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마련도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임 앙성농협 조합장은 “앙성면이 복숭아 주산지지만 비싼 보험료 때문에 실제 복숭아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20농가도 안된다”며 “최근 수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각종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로 재해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보험료가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고 불안에 떨며 농사를 짓는 형편안대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과 함께 농업인들이 각종 재난과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내려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FTA(자유무역협정)확대와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인해 이미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우리 과수농민들이 최근 수년간 발생하는 이상기후로 인해 이젠 생존권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있지만 현재 재해보험료가 너무 비싸 농업인들이 부담하기 버겁고 복숭아에 비해 사과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각종 특약을 모두 가입하면 결국 복숭아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박 조합장은 “사과도 각종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종합보험방식으로 변경하고 모든 농작물재해보험의 정부보조를 크게 확대해 농가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또 일정규모 이상 농가들이 모두 의무적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하도록 농작물재해보험시스템을 농업인의 실정에 맞게 전체적으로 다시 정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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