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안전성 확보, 유통 시스템 개선이 우선"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와 식용란선별포장업 등 정부가 추진하는 계란 안전관리 대책의 허점과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 온 국회의원이 있다. 바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 비례)이다. 

그는 누구보다 관심 있게 이 문제를 들여다보며 계란 안전관리 대책의 시행 주체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을 열흘 앞둔 지난 13일 국회 내 의원실에서 김 의원을 만나 계란 안전관리 대책의 문제점과 안전한 계란 유통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산란일자 표시
계란 신선도·안전성 해결책 안돼
검사필 계란 유통 위한
광역단위 GP센터 구축 절실

 

산란일자, 살충제·사재기 계란 못 걸러내 

“국민들이 바라는 건 살충제 계란 파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난각(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시하면 계란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산란일자를 찍으면 살충제 계란을 걸러낼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김 의원은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가 국민이 원하는 계란 안전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으로 얻는 소비자의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사재기를 통해 몇 달씩 저장됐던 계란이 유통된다는 의혹이 산란일자 표시제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김 의원은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의 계란 안전 대책 하에선) 단순히 산란일자를 찍는다고 사재기 계란을 걸러낼 수는 없어요. 사재기로 계란을 쌓아뒀다가 나중에 산란일자를 찍어도 가려낼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산란일자 표기가 아니라는 말이죠.”

그는 진정한 계란 안전성 확보를 위해선 산란일자 표기가 아닌 계란 유통 시스템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필 계란만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광역 GP(계란유통)센터의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양계농협 주축으로 광역GP센터 구축 시급 

식약처는 오는 4월부터 가정용으로 유통·판매되는 계란의 경우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식용란선별포장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농가와 유통상인 누구나 선별포장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이 같은 정부 대책으로는 스스로가 생산한 계란을 선별·포장하는 ‘셀프 검사’를 막아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농가와 유통상인이 자율적으로 계란을 검사하고 포장할 수 있도록 해놓으면 불량 계란을 걸러낼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광역 단위로 GP센터를 구축해 공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역GP센터는 농가와의 거리를 감안해 시·도별 2곳, 전국 20여개를 구축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추진 예정인 계란 안전관리 대책과는 달리 2016년에는 식약처도 법인을 중심으로 한 전국 20여개의 식용란선별포장업 시설의 구축과 제도적 지원을 계획했던 바 있다. 

이어 김 의원은 광역GP센터 구축이 양계농협 등 농협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 등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양계농협이 운영 중인 4개의 GP센터를 확장·강화하고, 이를 주축으로 해 농가, 유통상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협동조합들도 광역GP센터 구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역GP센터 등을 통하면 계란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유통 비용은 과정이 복잡해질 때 늘어나는 것이지 이처럼 규모화된 검사·선별·포장센터를 거친다고 가격 부담이 커지진 않을 것”이라며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 얻는 가격 절감 효과라면 기대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농가-소비자 “소통 부족 아쉬워”

얼마 전 소비자단체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소비자나 소비자단체가 정부의 계란 안전관리 대책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 생각한다”며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 시행이 코 앞에 닥친 지금까지 농가가 소비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동시에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거리는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비자들이 진짜 좋은 식품을 먹기 위해 지금보다 좀 더 농축수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들도 생산자, 연구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활발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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