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수입 유제품에 잠식당하는 국내 유제품 시장
(중) 국산 유제품, 수입 유제품 이길 수 없나
(하) 국산 유제품 경쟁력 강화 위한 대책 없을까

비싼 국내산 원유 제조 유제품
상품 가격 측면서
국제 경쟁력 가질 수 없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국내산 유제품 시장 조성
제품 수준 높여야


수입유제품의 공세 속에서 시유 소비는 계속적으로 감소하면서 국산원유사용량은 몇 년째 정체 수준이다. 늘어나는 유제품 소비는 수입유제품이 대체하고 있어 국내 낙농업의 자급률은 이제 50%가 무너졌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국산 유제품들은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는 것일까. 신선도로 무장하고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렵다는 시유 소비 확대만을 주창하며 국산원유소비 확대를 기대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낙농가와 유업계, 정부가 모두 합을 맞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 대형마트 매대에 진열된 가공우유. 국내 유업체들은 대표 제품을 제외하면 국내 원유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바로 비싼 원료 가격 때문이다.

# 비싼 원유가격 해결이 급선무

국내 낙농업계는 고질적인 수급 불안을 겪고 있다. 이는 계절적 영향과 구제역과 같은 유행성 질병 등으로 수급조절 정책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 과잉과 감소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런 수급 불균형이 원유량의 적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논리가 아닌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를 반영한 원유가격 결정방식인 연동제로 원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것이 국산원유 경쟁력 약화의 가장 큰 이유다. 수급불균형이 일어나면 시장논리에 따라 과잉시에는 가격이 내려가고 부족할 때는 가격이 올라가야 하지만 현행 원유가격결정은 연동제로 인해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의해 원유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농가의 원유생산비가 원유가격 계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이 때문에 원유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유업계 전문가들은 비싼 국내산 원유를 구입해 제조한 유제품은 상품가격 측면에서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행 원유가격 결정체계는 계절적 편차와 유통기한의 한계를 가지는 우유생산체계에서 식량 안보까지 고민해 결정된 가격체계로 전면적 개선은 어렵다는 게 낙농업계의 의견이다.

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원유 가격결정체계에 대한 개선보다는 보완대책이 더욱 필요하다”며 “국내 낙농생산기반을 유지하면서도 국내산 원유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식 전국단위수급조절체계 실행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집유 일원화가 우선시 돼야 하는데 집유주체별로 쿼터값이 모두 다른 현 체계에서는 실제적인 전국단위수급조절제 실행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다른 대안으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제시되고 있다.

윤성식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는 “국산 유제품 시장 조성을 위해 음용유로 사용되는 원유 외는 국제 유제품 시세를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위해서는 가공유가격과 원유 생산비 차액으로 발생되는 농가소득 감소분에 대해 정부, 생산자, 유업체 모두가 합리적으로 함께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적 원유 소비 확대방안 마련해야

낙농업계의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기대는 국산유제품 경쟁력 강화보다는 음용유 소비처를 확대하고 국내 유제품의 제품 수준을 높이는 등 보다 발전적인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우유소비의 고정수요처인 학교우유급식 확대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학교급식은 교육부가 주관하고 우유급식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이원화된 상태로 이를 통합해 관리하는 한편 초등학교에만 한정된 무상급식을 중학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학교우유급식 확대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음용유의 고정수요처 확보 뿐 아니라 미래 주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투자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일본이나 유럽 등에 비해서도 엄격하게 적용돼 있는 유통기한 개선도 우유소비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제품 개발과 관련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원유가 비싸다는 이유로 유업계도 새로운 가공품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고 농가들도 유럽산 치즈와 경쟁이 어렵다는 이유로 목장형 유가공 제품이 일부에 국한돼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며 “신선도는 여전히 막강한 무기라는 것을 인지하고 제품력을 키워 차별화된 유제품을 개발한다면 국산유제품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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