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홍정민·안희경·이한태·이문예 기자] 

기후변화·수입급증...식량자급률 지속 하락, 대책 서둘러야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지면서 세계 각 나라들은 식량의 비축량을 늘리는 동시에 식량 수출을 제한하고 자국산 식량수요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5년 만에 쌀시장을 개방했으나 밀가루 제품에 쌀가루를 10% 혼합하는 R10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 곡물자급률을 2014년에는 29%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오랫동안 해외 식량기지와 곡물 유통라인을 확보하면서 이제는 식량 자주율이 100%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은 어느 수준까지 와 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양곡연도 기준 식량작물 총 공급량은 2314만8000톤이었다. 이중 국내 식량 총생산량은 468만7000톤으로 전년보다 21% 감소한 반면 곡물 수입량은 1529만4000톤으로 전년보다 4.6% 늘었다. 

식량자급률로 보면 2017년 기준 48.9%로 전년보다 2%포인트 줄었다. 수치상으로는 식량의 절반을 자급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급률이 103.4%에 달하는 쌀이 다른 품목의 낮은 자급률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로 산정하면 23.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빈번한 기상이변과 사료곡물의 수요 급증 등으로 향후 국제곡물시장은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라도 최소한의 식량은 자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량자급률을 끌어 올리는 게 시급하다.

이에 본지는 창간 38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상황을 품목별로 점검해보고 농축산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자급률 제고 방안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식량부문

식량부문
쌀·서류 제외한 대부분 작물이
30% 하회하는 등 매우 낮은 자급률
밭작물 등 국내 생산 확대 통해
쌀 이외 작물 자급률 제고해야

국내 식량자급률은 쌀과 서류를 제외하고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양곡연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8.9%로 쌀(103.4%)과 서류(105.3%)만이 100% 자급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보리쌀(26.0%), 콩(22.0%), 옥수수(3.3%), 밀(1.7%), 기타(10.5%) 등 대부분의 작물이 30%를 하회하는 등 매우 낮은 자급률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보리는 2000년대 초반 자급률이 50%를 상회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0년대 이후부터는 30%를 밑돌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식품부는 지난해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을 통해 수입비중이 큰 작물의 자급률 목표치를 높이고, 초과공급 상태인 쌀의 목표치를 현실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급률 조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존 2022년 식량자급률 목표치는 60.0%에서 55.4%로 하향 조정된다. 지속적인 공급과잉 상태인 쌀은 수급안정을 목적으로 재배면적 감축을 진행하되 자급률은 기존 목표치 수준을 유지키로 했으며, 쌀 이외 작물은 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중심으로 우량농지를 보전하고, 간척지 활용 등을 통해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밭작물 공동경영제 육성, 국산밀 자조금 의무화, 밭 기계화 등을 통한 밭작물 등의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해 쌀 이외 작물의 자급률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내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쌀에 대한 식생활 교육이나 가공산업 육성, 밀·콩·보리와 같은 타작물 계약재배 등의 노력도 병행될 예정이다. 

 

■ 소고기

수입육 강세에 자급률 '위태'
고급육 시장 겨냥한 프리미엄 소고기
수입 늘고 있어 한우 입지는 좁아질 듯 

수입 소고기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소고기 수입량은 41만6000톤을 기록, 역대 최고치였던 2016년 36만2000톤의 엄청난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수입 소고기의 공세는 더 다각화되고 거세질 것이며, 2020년 이후에는 관세율 하락 등에 힘입어 소고기 수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소고기 생산량은 2010년 20만톤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26만800톤을 기록, 이후엔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고기 수입량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양새다. 2013년 25만7100톤이던 수입량은 2015년 29만톤, 2016년에는 36만2800톤을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41만6000톤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수입 소고기의 강세에 자급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지난해 소고기 자급률은 36.4%로 15년만에 가장 낮았다. 광우병 파동 직후인 2004년 이후 줄곧 40% 이상을 지켜왔던 소고기 자급률이 2016년 38.9%를 기록하며 휘청하더니 지난해 크게 하락한 것이다. 

농경연은 올해 소고기 자급률은 국내 생산량이 증가하고 수입량이 감소해 지난해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이후에는 다시 수입량이 꾸준히 늘며 자급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소고기 시장은 한우가 고급육 시장을, 수입 소고기가 저가육 시장을 점하고 있는 구도였지만 최근에는 고급육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소고기의 수입이 늘고 있어 한우의 입지는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통경로를 다각화 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격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온라인몰 등을 통해 유통 비용을 최소화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고기를 공급하고 국내 소고기의 소비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소도체 등급기준 개정과 맞물려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게 긴 사육기간을 줄이고 효율적인 사양 관리를 통해 생산비를 크게 줄여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속 하락, 대책 서둘러야

■ 돼지고기

자급률 70%대 무너져
ASF 영향으로 중국 수입 '블랙홀'
돼지고기 부족사태 지속될 경우
방역 등 무시한 도축·가공은 물론
유통 이뤄질 가능성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으로 인해 농축산물 무역수지가 악화된 가운데 특히 한돈을 비롯한 국내 축산농가 등은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격하락에 따른 소득감소와 농가수 감소는 물론 자급률 하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 규모는 검역기준으로 냉동 43만9680톤, 냉장 2만3841톤을 합쳐 모두 46만3521톤에 달했다. 

돼지고기 수입과 관련해 국별로는 미국산이 냉동과 냉장을 합쳐 18만4637톤이 수입되며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칠레산과 캐나다산은 각각 2만5967톤, 2만2480톤이 수입됐다. 

네덜란드산 2만4702톤, 오스트리아산 1만4003톤, 덴마크산 1만1039톤, 벨기에산 1만6톤, 프랑스산 7940톤, 헝가리산 3056톤이 각각 수입됐다.

특히 독일산과 스페인산 등은 15만9691톤이나 수입됐다. 주목할 부분은 돼지고기 자급률이 66.9%를 나타내면서 70%대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자급률이 하락하는 주된 이유는 육종과 사육기술의 발전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는 있지만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수입육이 밀려 들어오기 때문이다. 

올해는 중국과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ASF(아프리카돼지열병)가 발생하면서 중국이 돼지고기 수입의 이른바 ‘블랙홀’로 불리고 있어 우리나라는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돼지고기 수입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미국 돼지 선물가격은 다음달부터 오는 10월까지 kg당 2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중국의 수입량 증가가 앞으로 지속되면 지난해보다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자급률의 소폭 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수입육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ASF와 관련해 통계를 비롯해 정책이 종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돼지고기 부족사태가 지속될 경우 방역 등을 무시한 도축, 가공은 물론 유통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선우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은 “국제돈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다음달부터는 오퍼(거래요청)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수입량이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지난달까지 돼지고기 수입은 지난해 동기보다 7~8%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 우유 및 유제품

10년만에 원유자급률 20% 포인트 하락
수입 유제품 공세 원인
국산원유 사용한 치즈·유가공
제품개발 등 대응책 필요

이미 50%선이 붕괴되면서 자급률의 위기가 거론된 낙농업계는 10년만에 자급률 20% 포인트가 하락하는 자급률 급감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자급률은 49.3%로 50%선이 붕괴되면서 수입 유제품에 대한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9년 원유자급률이 69.5%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20% 포인트가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원유자급률이 떨어진 것이 유제품과 우유 소비 감소에 의한 것이 아닌 수입 유제품의 소비대체에 있다는 것이다. 10년간 원유생산량은 2009년 211만톤에서 지난해 204만톤으로 7만톤 가량 줄어들었으나 같은 기간 국내 유제품 소비량은 11만2000톤 증가해 원유자급률 하락의 원인이 수입유제품의 공세에 있음을 증명했다. 

문제는 2026년 EU(유럽연합) 등 낙농선진국과의 FTA로 인한 수입 유제품 관세철폐로 수입유제품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데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산원유소비 확대를 위해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실시하고 있는 국산원유인증 사업인 K-MILK(케이밀크)의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원유자급률에 대한 현황과 실마리가 보인다. 현재 대중적으로 가장 많은 유제품 소비구조는 여전히 흰우유로 약 42.7%를 차지한다. 가공유는 30%, 유산균제품은 27%로 나타난다. K-MILK 인증 비율이 국내산 원유소비의 척도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업체가 흰우유에는 인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흰 우유를 선택할 때는 국산 원유에 대한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분석했을 때 백색우유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국산원유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제품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집중해 국산원유를 사용한 치즈 등 유가공 제품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 낙농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K-MILK 인증현황을 보면 가공치즈와 아이스크림류일 경우 10% 미만의 낮은 인증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국산원유의 높은 가격에 기인한 것으로 국내 낙농가와 낙농산업 기반 보호를 위해서는 국내 우유 생산비와 국제경쟁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하는 가공원료유 지원사업에 대한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조사료

2017년 기준 82%로 높은 편
조사료자급률 높이려면
품질 문제 개선 우선돼야

국내산 조사료 자급률은 2017년 기준 82%로 높은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산 조사료 자급율을 2017년 기준 82%에서 2020년 85%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매년 종자구입비, 사일리지 제조비, 기계장비구입비, 전문단지 구축 및 유통센터 건립, TMR공장 설치 등에 연간 970억원을 지원해 왔다. 이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조사료 생산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매년 조사료 자급률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도 조사료 수입량은 103만8000톤이었다. 따라서 조사료 재배는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벼 재배농지의 사료용 총체벼 재배로 쌀 생산 과잉 해소를 통한 수급안정 효과를 기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낙농을 비롯한 축우농가들이 주도적으로 가축분뇨를 활용해 조사료를 재배하고 수확한 조사료를 가축사료로 사용하는 경축순환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조사료자급률 확대에만 급급한 정부의 정책에 현장에서는 국내산 조사료의 품질 개선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산 조사료 활성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입 조사료 쿼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경기도의 한 낙농가는 “국내산 조사료 확대 대책으로 매년 국내산 조사료가 쏟아지지만 정작 농가에서는 수입 조사료 품귀현상으로 수입조사료를 구하려는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다”며 “국내산 조사료를 쓰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만 품질을 담보할 수 없어 유질이나 생산성측면에서 수입 조사료를 선택하는 현실을 정책당국이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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