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공동브랜드 통합마케팅으로
생산·판매 분리구조 만들어야
R&D·노후시설 개선위해
과감한 투자와 사업추진 감행을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계하고
농협 정체성 맞춘 식품사업 추진을

[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농협의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혁을 위해선 농협의 역할 재정립과 사업 전반에 대한 점검, 적극적 투자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 농협중앙교육원에서 열린 ‘올바른 유통위원회’ 2차 정기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농협 농축산물 유통의 개선점과 보완점 등을 살펴본다.

 

식품사업 과감한 투자·방향성 재설정 필요

▲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의 전경

이날 올바른 유통위원회에서는 주로 농협 식품사업 육성과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사업 혁신 등을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농협 식품사업과 관련해선 현재 가공식품 사업이 각 지역 농협별로 제각기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각 사업주체별로 상품·개별 브랜드 개발, 홍보활동 등을 진행하다보니 농협 가공식품 사업 전체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눈에 띄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제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현재 계통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지역농협 가공상품 중 연매출 10억 원을 넘는 제품은 8개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농협 식품 분야 공동브랜드로 통합마케팅을 실행, 지역 농협 가공공장은 상품의 생산에, 농협식품은 판매에 주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또한 연구개발과 가공공장 노후 시설 개선 등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CJ는 연구소 인력이 600여 명인데 반해 농협은 16~18명인 것만 봐도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기업과 게임이 안된다”며 “정부의 막대한 연구개발(R&D) 자금을 잘 활용하면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위험부담을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호 서울대 교수는 “농협의 단점은 무조건 계획 하에 모든 사업을 진행하고 위험부담을 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사업 진행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너무 보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식품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기 위해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한 과감한 사업 추진을 감행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인홍 위원장(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농협은 식품사업 전반에 발을 들여놓고 백화점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모든 사업을 대기업처럼 경쟁력 있게 추진할 수 없다면 식품사업의 방향성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계와 농협의 정체성에 맞춘 식품사업 추진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밀키트, 간편식 등 식품업계의 사업 트렌드를 읽고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지역 농협 가공공장의 통합 재추진 등의 의견도 제시됐다.

 

안성물류센터 설립 목적 돌아봐야

안성물류센터와 관련해선 온라인 시장 확대 등에 따른 통합구매 여건 악화와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안성물류센터를 통한 통합구매율은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농축협의 통합구매율은 2013년 9.7%에서 지난 4월 기준 9.3%, 직영점과 계열사 통합구매율은 같은 기간 83.9%에서 87.2%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와 관련 이태식 동철원농협 조합장은 “안성물류센터의 역할을 확실히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지역 농협에선 대포장으로 출하하고, 안성물류센터에선 소포장 작업을 하는 구조를 확립해 유통비용 절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성물류센터의 역할에 회의적 시선도 있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안성물류센터의 역할이 산지유통센터(APC)와 중첩되는 경우가 있다”며 “지역 농협 임직원 중엔 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안성까지 가서 소포장돼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문 조합장은 이어 “안성물류센터의 설립 목적이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물류비 절감이었는데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사업 추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협은 △저온통합물류 활용 농축협마트 대상 계통공급 확대 △소포장·전처리 가동률 제고 △대외·계통 농산물 구매 체계 일원화 등을 안성물류센터 운영 개선 방향으로 설정,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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