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선택과 집중’. 농협 유통 관련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열린 농협 올바른 유통위원회 제2차 정기회의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줄곧 이어졌다.

이 자리에선 “모든 분야에 다 손을 뻗치는 농협의 백화점식 사업 접근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업 분야에서 자본과 인력,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과 무한 경쟁을 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농협의 정체성을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정작 투자를 해야 할 곳에 투자가 집중되지 못하는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식품사업을 예로 들면, 전국에 20년 이상 된 농협 식품 가공공장은 전체 113개소 중 52개소로 47%를 차지한다. 거의 절반 가량의 가공공장이 노후화됐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들이 식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백 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고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는 동안 농협은 고작 십여 명의 연구 인력만을 두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식품 트렌드에 맞춰 기민하게 대처해 나가는 대기업들과 경쟁 자체가 안될 수밖에.

그러다보니 농협 식품사업의 총 손익은 매년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고, 가공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64%에 그치고 있다.

사업 초심자에게 컨설팅 전문가들이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는 것 중 하나가 ‘기본기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면 적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도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다. 대기업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농협이 갖춰야 할 것은 초심자의 마음이다. 기본부터 하나하나 닦아 나간다는 마음으로 다시 사업을 정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