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1970년 농촌진흥공사 현판식.
1970년 농촌진흥공사 현판식.

한국농어촌공사의 기업부설연구원인 농어촌연구원이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았다. 

농어촌연구원은 1962년 농업토목연구소로 첫 시작을 알리며 낙후된 농어촌의 근대화라는 국가적 과업을 지원하는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까지 국민의 먹거리를 위한 생산기반 조성에 앞장섰으며 1980년대에는 산업화로 인해 환경오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농어촌의 환경개선을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1996년 12월 27일 농어촌연구원 본관준공·현판식
1996년 12월 27일 농어촌연구원 본관준공·현판식

1990년 경기 안산지역 56ha의 부지에 최신 연구시설을 갖추고 기관 명칭을 농어촌연구원으로 변경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른 시장개방에 대응해 농어촌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한 연구로 농어촌의 생활 수준 변화, 소득향상을 이끌면서 농어촌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역사와 역할에도 불구하고 정작 농어촌연구원에 대한 인지도는 국무총리 소속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대비 낮은 게 사실이다. 이에 농어촌연구원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짚어봤다.

2006년 4월 27일 농어촌연구원 비전선포식 후 본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사진.
2006년 4월 27일 농어촌연구원 비전선포식 후 본관 앞에서 직원들과 기념사진.

# 농업·농촌을 넘나드는 성과 ‘주목’

농어촌연구원의 대표적인 성과는 7가지 정도로 축약된다. 

그 첫 번째는 생산기반 정비사업 계획설계기준과 수리 구조물 표준설계도 개발로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기술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17개 분야의 계획설계기준 제·개정도 이뤄졌다.

스마트 물관리 기술개발을 통해 물관리 과학화도 선도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수자원 분석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49만9000ha의 90% 수준까지 용수관리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지하댐 기술과 관측망 분석 실용화로 농업가뭄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강원 속초 쌍천지하댐 사업화, 가뭄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운영 중이다.

농업용수 수질조사·관리 실증연구를 바탕으로 수질 개선사업 추진에도 일조했다. 일례로 저수지의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는 실물플랑크톤을 제거하기 위해 천적생물인 대형 물벼룩을 현장에서 배양·방류해 생태계 먹이망을 정상화하고 녹조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수리시험 시설인 국제융합수리시험센터에서 새만금 방조제 등의 시설물 적정 규모를 산정함으로써 4600억 원의 비용을 절감시켰다. 시험센터에서는 대형 수리모형시험장과 입자영상유속계(PIV) 실험수로, 대형유사순환수로 등 초대형 7종 실험수로와 수치해석모델, PIV 시스템, 3차원 지형스캐너 등 첨단 계측장비를 구비해 국가 주요 시설인 댐, 방조제, 배수갑문, 항만 등에 대한 수리모형시험을 실시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리시설물의 설계, 시공·사후관리를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농어촌공간 기법·주택설계 기준·공간 디자인 기준 마련으로 농어촌 주거환경 개선에도 기여했다. 

뿐만 아니라 토질·재료·토양 조사시험으로 품질관리·시험검사 기준을 정립해 설계와 시공 품질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 가뭄 극복 위한 방안 마련 앞장서

농어촌연구원은 가뭄을 극복하고자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농작물 재배현황 자료 등을 활용한 관개용수 필요수량 산정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제주 광역화 사업을 진행 중인데 14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용수를 적절하게 공급·배분하고자 추진되고 있다. 향후 육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가뭄에 영향이 적은 지하수를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지하댐 설치와 평가기술 개발 연구를 통해 2017년 개발 적지 선정기준을 마련했으며 지표수 공급이 어렵고 물이 부족한 지역에 가뭄 극복 대안으로 제안했다.

2018년 쌍천지하댐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고 제2지하댐을 속초시에 제안, 지난해 쌍천 제2지하댐 설치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1일 1만4000톤의 용수를 속초시에 공급 중이다.

가뭄 상습지역인 충남 서부권에도 지하댐 설치사업을 제안해 6개 후보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충남도와 협의해 적정후보지에 2030년까지 지하댐 건설을 추진한다.

저류조에 밭 용수를 확보해 자동으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ICT 기반 용수공급시스템 개발 연구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홍수 대응체계 구축, 잉여 지하수의 적정 용수공급과 배분을 자동으로 실시하는 연구 등을 진행 중이다.

전국에 설치된 895개 지하수 관측공의 지하 수위 변화자료를 분석해 심각, 경계, 주의, 관심 단계로 구분하고 대국민 정보서비스를 실시함으로써 농업가뭄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농어촌연구원 업무보고 현장
올해 농어촌연구원 업무보고 현장

# 농어촌지역 경제성장 둔화 대응 8대 핵심연구분야 선정

농어촌연구원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따른 농어촌지역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하고자 8대 핵심연구분야를 선정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농어업·농어촌의 탄소중립을 위한 적응기술 개발 △통합물관리를 위한 스마트 농어촌용수 관리기술 개발 △어촌 어항 연계 지역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기술 개발 △농업용 담수호의 청정 수질관리와 수처리기술 개발 △스마트 농어업 생산기반 구축 연구 △농어촌 공간정책연구 △스마트 건설공사 품질·안전관리 체계 구축 연구 △농지·농업·농촌지역의 새로운 가치 창출 등 8개 분야다. 

연구는 자체 연구개발(R&D) 비용 투자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전문연구관리기관에 국가 R&D 과제로 제안해 연도별로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주요 연구는 △수산분야 온실가스 감축 모니터링 연구 △농어촌공사 지역개발사업 사례·성과지표 분석 △농업용 댐 외제사면 다짐도 평가·안전진단 상태평가 기법 개발 △농지관리기금의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시범지구 사후평가·사후평가 가이드라인 정립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 [AFL Interview] 최강원 농어촌연구원장

-현장애로 지원연구 강화해 농어업·농어촌 새로운 발전전략 제시 주력

“농어촌연구원은 1962년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인 토지개량조합연합회 내 농업토목연구소로 출범한 이래 1990년 농어촌연구원으로 재편돼 농어업·농어촌 분야의 다양한 연구, 조사, 시험을 통해 농어업과 농어촌의 발전을 견인했습니다.”

최강원 농어촌연구원장은 1995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현재 원장에 이르기까지 27년의 공직생활 중 대부분의 직무를 연구원에서 수행했다.

최 원장은 “농어촌연구원은 농업생산기반의 확충과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현장 중심의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새만금 사업과 같은 대규모 농업개발 국책사업의 연구를 통해 국가 농정방향을 제시하는데도 기여했다”며 “농정에 부응하는 기본연구, 미래를 선도하는 창조연구,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현장애로 지원연구를 강화해 농어업·농어촌의 새로운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연구원은 정책과 경제분야 보다는 식량 생산을 위한 농업토목사업 기술개발을 주요 업무로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표수와 지하수를 포함한 효율적인 농업용수와 수량관리, 저수지 등 농업용수의 수질확보, 물-에너지-식량을 연계한 융·복합적 시스템 연구, 첨단농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스마트팜 시설 개발, 통일농업을 대비한 국제협력과 농산업의 해외 진출 지원 등도 농어촌연구원의 역할”이라며 “농촌지역개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지난해부터 농촌공간분석·진단연구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농어촌연구원에서는 농촌 과소화에 따라 공동시설·빈집 등이 방치돼 농촌 인구의 정주환경에 악영향을 미침에 따라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최 원장은 “지난해 빈집의 실태 파악과 활용방안을 모색하고자 전북 장수군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빈집 활용 정책·사업을 발굴했다”며 “올해는 빈집 실태조사·활용계획 수립 모델을 개발하고자 실증연구를 수행 중이며 마을단위의 재편 방안을 모색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청년농업인들을 우리나라 농산업의 핵심경영체로 육성하기 위해 청년후계농으로 선정된 농업인이 농지가격과 임차료 동향을 쉽게 알 수 있도록 관련 연구와 더불어 이들이 희망하는 수요를 조사·분석하는 연구 또한 추진하겠다”며 “농어촌연구원은 농어촌공사의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부설연구원으로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하고 이를 통해 농어촌의 행복실현에도 기여하는 세계 속의 글로벌 연구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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