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국회비준을 둘러싸고 정부와 농업인간에 벌어진 불신의 골을 좁히기 위해 농림부와 농업인단체가 가슴을 열었다. 지난 14일 농업기반공사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주요농정 현안 관련 워크샵''에서 농림부 관계자와 농업인단체장들은 쌀 협상결과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했다.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장장 8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워크샵에서 농업인단체장들은 쌀 협상결과에 따른 피해대책을 비롯해 근본적인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 실사구시적인 접근 등 깊이있는 의견을 내놓았고, 정부측은 이같은 의견이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데 공감했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농업인단체들의 정책제안이 바로 현장의 소리”라며 “쌀을 비롯한 농업문제를 푸는 방법이 정부와 농민들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위크샵에는 장·차관을 비롯해 차관보, 실·국장 등 농림부 고위공직자 전원과 농업인단체대표들이 한자리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문제의 답을 찾을때까지 이같은 워크샵을 지속적으로 갖기로해 기대할 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워크샵은 쌀 협상 국회비준을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어 순수성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쌀 대책수준을 둘러싼 정부 및 농업인단체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나 그 폭을 줄이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왜 워크샵을 개최했나

농정당국이 안고 있는 최대 현안과제는 올 정기국회에서 쌀 협상결과에 대한 비준을 `받느냐, 못받느냐''이다. 농림부는 당초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비준을 받으려고 했으나 농업인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정기국회로 미뤄진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업인단체들의 반발을 달랠만한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해 사실상 올 정기국회 통과를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림부는 이에따라 쌀 협상결과에 대한 농업인단체들의 이해를 구하고, 농업인단체들의 요구사항을 다시한번 수렴해 쌀 협상결과에 따른 대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어떤 내용이 제기됐나

농업인단체들이 쌀 협상 국회비준을 위해서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쌀 협상이후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심지어 국정조사까지 실시했으나 아무런 개선점과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채 국회비준을 강행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다.

농업인단체들은 이에따라 농가소득 안정을 위한 고정직불금 상향조정, 조건불리지역직불제 확대시행, 수확기 수급 안정, 식량자급율 법제화 등 각종 요구사항을 쏟아냈다.

엄성호 전국농민단체협의회장은 “쌀 산업을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19조 투·융자사업의 조기집행이 필요하다”며 “정기국회전이라도 시행하고, 집행과정에 대한 투명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은 “정부에서는 쌀 대책을 충분히 내놓고, 쌀 협상과정도 다 검증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농업인들의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인단체들은 이와함께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유통대책의 보완을 비롯해 소농보호를 통한 농업·농촌발전, 쌀 품질인증제도 도입, 대국민홍보 강화 등을 촉구했다.

특히 쌀 품질향상 및 수급조절기능을 담당하는 RPC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 RPC를 소유한 단위조합을 아우를 수 있는 농협중앙회를 통해 실효성있는 쌀 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향후과제

이번 워크샵에서는 쌀 산업육성을 위한 농업인단체들의 요구가 다양하게 제기됐으나 농림부의 답변은 여전히 `검토''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쌀을 중심으로 한 워크샵에 모든 농업인단체들을 참여시킴으로써 회의가 다소 산만하게 진행된데다 문제해결을 위한 토론보다는 현안사항을 나열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인단체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농업계 스스로가 방향을 잡고, 풀어가라는 의미로 이해한다”는 박 장관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쌀 협상결과 및 대책에 대한 농림부의 기본적인 시각은 `이만하면 된게 아닌가''이고, 농업인단체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어서 조율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쌀 협상 국회비준에 가장 반발이 심한 농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하지 않은채 워크샵이 진행돼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주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농업인단체들이 좀더 솔직한 입장에서 대화하려는 자세와 사안별 우선 순위를 정해 실사구시적인 대안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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