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으로 정책 관심 전환돼야
-농정변화·농업조직화 추진…지역리더 발굴·교육 ''성과''

“이제 정책의 관심이 농업에서 농촌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이 농촌에서의 기간산업이지만 이미 우리 농촌에도 비농업 분야가 상당히 많으며 비농민 역시 많습니다. 즉, 농촌이 살만한 공간이 되지 않는다면 농업이 발전한다 해도 사람들이 다 떠나고 결국 농업의 쇠퇴로 이어지게 됩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지역재단의 박진도 이사장은 다른 무엇보다 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하며 이제 중앙집권화가 아니라 지역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운을 뗐다.
박 이사장으로부터 지역재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지역재단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지역재단은 중앙정부의 엘리트 중심 농정에 대한 비판적 사고에서 시작했다. 80년대 이후 개방농정이 되면서 정부가 소수의 농업엘리트를 중심으로 정책을 펴왔다. 즉, 경쟁력 강화에만 중심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다보니 엘리트농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개방농정 이후로 개별 엘리트 농민들은 성장했을지 모르나 지역을 봤을때는 쇠퇴하고 있었다. 특히 국가정책이 도시와 공업 중심으로 추진되며 농촌과 농업은 상대적으로 정체됐고 결국 농업과 농촌이 희망을 잃고 있는 형국이 됐다. 지역재단은 중앙정부 농정의 변화를 유도하는 힘, 농업조직화를 추진할 힘 이라는 두가지 측면을 키우기 위한 조직이다. 지역재단은 지역이 가진 특성을 살려내고 중앙주도의 하향식 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발전을 일궈 내는 노력에 밑거름이 되는 조직이란 것이다. 그 핵심을 이루는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지역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지역리더를 발굴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 지역재단이 발족한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의 성과는.

“지난 10년간은 지역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고 교육사업을 추진해왔다.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리더를 발굴하겠다는 것인데 그 방법은 결국 교육이었다. 지역에 대한 올바른 사고를 갖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역리더 아카데미를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강의 내용으로는 지역화 전략으로 내발적 발전전략을 제시하고 지역리더의 역할 등을 많이 교육했다. 교육 비용은 재단에서 70%를 내고 지역 농민들이 30%를 부담했는데 교육을 해보니 농민들도 좋아하고 소개도 많이 해줬다. 덕분에 중앙이 아니라 지역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사람들, 즉 지역리더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성과다. 또한 단순히 수천명을 교육한 것 만이 성과는 아니다. 추상적으로는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고를 전환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는데도 일조했다고 본다.

- 개방화로 농업·농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한마디로 말하면 안타까운 상황이다. 농촌에서 농업은 기본이 되는 기반산업이지만 농업이 쇠퇴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본다. 그런 가운데 농촌의 인구과소화나 고령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농업·농촌의 편이라고 본다. 큰 그림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농촌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농업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고향과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다보니 농업계의 주인이 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닐 것이다. 마지못해 농사짓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농업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삶을 실현할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물론 규모는 지금보다 줄어들겠지만 농촌은 확실히 건강한 사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 앞으로 지역재단은 어떤 일을 추진하려 하나.

“재단이 10년간 이룬 성과도 있지만 과제와 한계도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전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재단에서 지역리더를 육성하는데 에너지를 쏟았다면 앞으로는 지역리더 육성을 위한 교육과 함께 배출된 지역리더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들이 스스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본다. 개별 지역리더 뿐만 아니라 사업자간 네트워크도 육성해보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창립한 농협 지역조합장들의 모임인 정명회에도 함께 했다. 또한 앞으로 다가올 10년간은 도시의 에너지를 지역으로 끌어가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려 한다. 대도시의 에너지를 끌어가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가지 교육을 생각하고 있다. 시군이든 농촌이든 대도시의 에너지를 끌어오지 않는다면 농촌이 활력을 찾는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 있는 조직과 지역을 연계해서 하는 프로그램 등 우리 재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잘 살려서 추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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