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MS설치·FMC가동…사실상 ''조업포기''
- IUU어업 명예실추…지원명분 없다는 대답만

선박위치추적장치(VMS) 설치와 조업감시센터(FMC) 가동에 따라 대서양 트롤업계가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서 폐업만 기다리는 형국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국적의 대서양 트롤어선은 총 44척으로 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 인근에서 민어 등의 어종을 주로 어획한다.

원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VMS가 설치되고 조업감시센터가 가동됨에 따라 44척 중 몇 척을 제외한 대부분의 트롤어선이 조업을 포기한 상태다.

주 어획어종인 민어 등이 조업금지구역 안에서 어획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민어 등의 고급어종이 아니라 저가의 어류를 목표로 조업을 할 경우 출어경비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서양 트롤업계가 조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선사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줄도 막혀 트롤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서양 트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해양수산부에서는 트롤업계 지원이나 감척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해수부에서는 대서양 트롤어선의 감척사업을 위해 척당 3억~5억원 가량을 지원하는 예산을 신청했지만 기획재정부가 IUU(불법·비보고·비규제)어업으로 우리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킨 선사들을 지원할 명분이 없으며 특정 산업이 흥하고 쇠하는 데 맞춰 정부가 모든 업종을 다 지원할 수는 없다며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원양업계 역시 IUU어업과 관련된 보도로 국민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대서양 트롤선사 지원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조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중층트롤로 업종을 변경하려해도 선박을 개조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중층트롤을 할 경우 고급 어종인 민어보다는 청어 등 비교적 저렴한 어종만 어획할 수 있어서 어획량을 늘리기 위한 창고 등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출어경비를 맞추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경영난에 몰린 대서양 트롤업계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편의국적선이 될 경우 해수부와 국내 원양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편의국적선의 경우 한국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아무런 통제수단을 갖지 못하게 되는데다 편의국적선이 된 대서양 트롤선사가 다시 IUU어업을 하다 적발되면 EU나 미국 등이 편의국적선의 IUU어업에 대한 책임을 우리나라에 지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IUU 예비 비협력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편의국적선이 IUU어업을 이어갈 경우 우리나라가 IUU어업국으로 최종지정되는 수모를 겪게 되고 IUU어업국으로 지정한 EU나 미국 등의 국가에 대부분의 수산물 수출이 전면 불가능해지게 된다.

원양업계의 관계자는 “대서양 트롤선사들도 성실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겠지만 경영난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업허가를 반납하고 제3국적선으로 조업을 하게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정부에서는 편의국적선의 IUU어업을 손 놓고 바라만 보다가 EU 등으로부터 IUU어업국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산업계의 전문가도 “우리나라 선사들이 편의국적선으로 IUU어업을 했을 때 EU가 우리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IUU어업을 한 선사를 지원하겠다고 나서라는 것도 사실 말이 안되지만 더 말이 안되는 건 감척에 소요될 60억~1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IUU어업국으로 지정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대서양 트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은 잘 알고 있으며 해당선사들이 편의국적선이 됐을 때 일어날 문제들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IUU어업이 박근혜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전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일인 터라 기재부를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