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싣는 순서>
상) 일본농식품 소비트렌드 3박자
중) 일본 로컬푸드, 소비시장으로 영역 확대
하) 일본을 통한 국내 로컬푸드의 시사점

- ''얼굴 있는 농산물'' 차별화...안전 강조
- 절단 처리, 낱개 포장 대세...레시피까지 제공 구매력 높여

농식품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소비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소비지의 요구에 맞춰 농식품을 생산, 유통, 판매해야 당연 구매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얼굴있는 농축산물을 바탕으로 안전·안심을 부각하고 있으며 소포장을 뛰어넘어 낱개 포장, 전처리 상품, 즉석 조리식품 등을 통해 검소한 일본인의 소비 형태에 맞춰나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에 앞서 고령화, 1·2인가구가 진행된 만큼 우리나라 식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백화점, 중소마트, 재래시장 등을 통해 농식품 소비트렌드를 살펴봤다.

# 스토리텔링을 통한 농축산물의 안전, 안심 강조
일본은 프리미엄 농축산물을 판매하는 백화점 뿐 만아니라 로컬푸드 매장, 재래시장 등에서 해당 제품에 스토리(이야기)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농산물은 제품 하나하나에 생산지와 생산자 이름, 사진 등을 POP(point of purchase)광고로 활용, 소비자에게 차별성을 강조한다. 또 축산물은 해당 제품이 사육환경과 먹이 등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축수산 가공식품은 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동영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오사카시 주오구에 위치한 쿠로몬 시장의 쿄요체인마트 한 편의 청과 코너에는 해당 농산물을 수확하는 모습을 담은 생산자의 사진과 이름 그리고 파종시기, 수확일자 등이 POP광고에 담겨 있다. 이는 사과, 감자, 우엉, 고구마, 당근 등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있어 ‘얼굴 있는 농산물’이라는 차별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효고현 산다시의 파스칼산다 로컬푸드 매장 정육코너에는 흑우들이 사육되는 환경과 이들이 먹었던 사료 등을 표기하는 한편 사육 모습 등이 동영상으로 상영되고 있다. 이는 달걀을 판매하는 코너에서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시 나카교구의 니시키 시장의 한 양봉매장은 벌을 사육하는 환경과 꿀을 딴 일자를 상품에 게재하는 한편 직접 시식을 통해 자신의 꿀을 홍보하고 있었다. 시식은 단지 꿀물 한 가지만 선보임에 따라 꿀이 가진 본연의 맛을 그대로 전했다. 또 미곡 점포는 소비자가 찾아오면 현미를 즉석에서 도정한 후, 판매하고 있었으며 시식은 직접 한 밥을 랩에 싸서 소비자가 맛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반면 국내유통업체는 꿀, 쨈 등의 시식에 있어 대개 식빵 등에 발라 소비자가 맛 볼수 있게끔 제공한다. 쌀은 절편 또는 김에 싸서 쌀 또는 밥의 맛을 전하고 있어 일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 소포장을 넘어 낱개, 절단 포장 판매 ‘대세’
일본 농식품은 검소한 일본인의 성향과 1·2인 가구수 증가를 반영, 소포장을 넘어서 낱개포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동네수퍼, 편의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절단 채소, 조각 과일, 조리식품 등도 중소마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사과, 배, 감 등 역시 낱개로 판매하고 있었다.

쿄요체인마트에는 사과, 배, 양파 등 중량이 나가는 채소는 대부분이 낱개로 판매되고 있으며 방울토마토, 당근, 고구마, 딸기 등 비교적 작은 채소는 2~4개로 포장돼 판매되고 있었다. 또 이곳에서는 건조된 조개 관자가 마치 알사탕 포장과 같은 형태로 낱개 포장한 관자를 큰 포장지에 담아 판매, 어패류 건조제품의 부패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모했다.

니시키시장 역시 청과, 수산, 건어물, 조리식품 등이 낱개 포장돼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사비와 사과는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흐르는 물에 담아 한 개씩 판매되고 있었으며 절임배추는 세로로 8등분해 판매하고 있었다. 매실과 무, 양파 등도 슬라이스 형태로 자른 후 절임 장아찌를 만들어 최소 50g 단위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로컬푸드 산지 직매점도 마찬가지이다. 와카야마현 키노가와시의 맥케몬 히로바 농산물 직매소에서는 무의 형태만도 10여종이 넘었다. 무청이 달린 무를 비롯해 단무지 무, 둥근 무, 2~3등분 한 절단 무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판매되고 있었다. 또 표고버섯도 볶음용, 국물용, 데침용, 볶음밥 용 등 각 용도에 맞춰 절단 처리돼 포장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즉석조리 식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수산점포에서는 생선, 주꾸미 등을 꼬치에 꽂아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구워냈으며 재일교포들이 많이 찾는 오사카시 이쿠노구에 위치한 츠루하시 시장에서는 빈대떡을 접어 종이컵에 담아 입으로 베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들 과일 채소류의 가격은 중소마트, 재래시장, 로컬푸드 직매점 모두 약 100~300엔 사이에 형성돼 있었다.

# 조리방법 소개...농축산물 구매력 상승
일본 유통업체들은 진열된 농축산물 주변에 다양한 조리방법을 소개하는 ‘레시피’ 전단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식재료일지라도 해당 농축산물의 구매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판단된다.

맥케몬 히로바 농산물 직매소의 채소코너 한쪽 벽면에는 30여 가지가 넘는 채소에 대한 조리 방법 등이 다양하게 소개돼 있다. 채소 샐러드를 취양에 맞게 섞는 비율을 비롯해 첨가하는 소스류의 특징을 소개하는 한편 다듬는 방법과 조림, 튀김, 무침 등에 따른 양념류 첨가 비율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 니시키 시장의 절임류 점포에도 염분 농도와 제조 일자, 삭힌 기간 등을 POP 광고로 알리고 있다.

이와 함께 해당 제품의 신선도를 자랑하듯 축수산물에는 선도를 확인하는 방법, 청과물은 고르는 방법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한 제일교포 관계자는 “일본인은 한국인처럼 식재료를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데 다소 서툴다”며 “최근 2년 전부터 유통업체들이 농축산물을 판매함에 있어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설명>
1. 농산물을 수확하는 생산자의 정보가 담긴 POP광고
2. 맥케몬 히로바 농산물 직매소의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레시피 정보.
3. 표고버섯을 각각의 조리용도에 맞춰 전단한 후, 포장됐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