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설에는 저렴한 실속선물세트의 판매량이 급증됐다.

-예약 판매기간 할인 구매…전략적 소비형태

올해 설 선물은 실속선물세트의 완승으로 끝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설 명절은 지속된 경기침체로 인해 중저가의 실속선물세트가 많이 판매됐다. 특히 다량 판매된 실속선물세트는 소포장·다품목, 간편한 가공식품 등을 패키지화 한 상품군이었다. 또 소비자들은 설 선물세트를 예약판매기간에 할인된 가격으로 미리 구매하는 등 전략적인 소비형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예약판매 ‘대폭 증가’

올해 대형마트는 대폭 증가한 설 명절선물세트 예약 판매 신장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매출액은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했다.

대형마트의 설 선물세트는 예약판매기간에 성황리에 판매됐으나 예약판매기간 이후에는 그 판매량이 점차 줄면서 총 매출액 신장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예약판매신장률 26.8%를 기록했으나 실질적인 판매액은 지난해 설 연휴동기에 비해 3.8% 감소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1∼16일까지 매출액이 지난해 설 연휴동기에 대비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 설 명절 선물세트는 예약 판매신장율은 높은반면 총 판매량은 줄어 매출액 역시 다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속선물세트 ‘완승’

올해도 평년과 비슷하게 전반적으로 실속선물세트가 강세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실속선물세트의 매출 구성비가 지난해 45%에서 올해 60%까지 상승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청과세트를 기존보다 10~2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청과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3% 신장했다.

또 최근 실속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통기간이 비교적 짧은 신선식품 선물세트보다 가공식품 선물세트의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주류의 경우 신세계백화점은 공동주병을 이용한 5만~10만 원대의 전통주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 이에 공동주병 전통주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정도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지속되는 경제침체로 인해 다른 주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패키지가 깔끔한 공동주병 전통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건강식품의 경우 롯데백화점은 최근 10만~15만원 대의 실속선물세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지난해대비 매출액이 17.9% 신장했다. 이에 건강식품 구매 평균단가는 지난해 20만원 초반에서 올해는 10만원 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남기대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설에는 개인고객, 법인고객 모두 10만~20만원의 실속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경향이 짙었다"고 말했다.

#몰링족 급증…농산물판로 ‘복합쇼핑몰’ 대세

이번 설에는 농산물 소비 판로에 있어 복합쇼핑몰이 대세를 이뤘다.

이는 복합쇼핑몰에서 쇼핑, 문화생활, 외식을 한 번에 해결하는 ‘몰링족’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몰링족이란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 생활도 즐긴다는 뜻의 ‘malling(몰링)’과 무리를 뜻하는 ‘族(족)’의 합성어이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부산 기장소재 롯데아울렛 동부산점 역시 설 연휴 내내 몰링족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롯데아울렛 동부산점은 매장 내 롯데마트, 의류매장, 지역유명외식업체, 기장특산물판매장을 유치해 많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특히 지역유명외식업체와 기장특산물판매장은 많은 몰링족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지역특산물판매 담당자는 “기장특산물판매장에서는 멸치, 미역 등 고품질의 건어물 및 해조류가 1만~3만 원대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어 방문객들의 구매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또 매장 내 의류편집숍처럼 구성된 지역유명외식업체는 교통체증 없이 지역맛집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방문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도매시장, 구매력 상실...공격적인 경매 기피

올 설 도매시장은 재래시장, 중소마트 등 구입처의 구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중도매인이 공격적인 경매를 기피하는 결과를 낳았다.

평년에는 설 당일 15일 전부터 사과, 배 선물세트 구매가 활발하게 이뤄져 중도매인들이 낙찰가격을 높게 제시해 왔으나 올해는 설 당일 3~5일 전부터 매기가 상승했다.

이에 중도매인들은 각 점포에 과일 박스가 산적해 있다보니 관망하는 자세로 경매에 참여했을 뿐 공격적으로 낙찰가를 제시할 수 없었다.

가락시장 한 중도매인은 “설 전 구입처로부터 주문량은 많았으나 실질적으로 물량을 가져 가지 않다보니 경매에 참여해도 높은 시세를 제시하기 어려웠다”며 “대형마트 사과, 배 설물세트 예약판매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예상 판매량을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가락시장 도매가격은 사과의 경우 5kg 상품 기준 2만3000~2만5000원에 거래됐으며 배 7.5kg 상품은 1만70000~2만30000원 선에 낙찰됐다.

특히 올해는 사과, 배 뿐만 아니라 단감, 귤 등 타 과일 소비도 부진했다. 귤은 당도가 떨어져 소비를 기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단감은 물러짐이 심해 판매량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매시장법인 관계자는 “설이 다가오면서 전반적으로 물량은 많이 소진됐으며 특히 사과, 배는 과 크기가 큰 상품이 많이 판매됐다”며 “설 이후 3~4월에는 사과든, 배든 작은 크기의 상품 가격이 다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호 식품인 과일은 소비자들이 맛, 당도 등 품질 위주의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다”며 “가격이 아무리 싸도 품질이 떨어지면 구매력을 상실하는 만큼 무조건 출하를 하기보다 브랜드와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 출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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