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석씨는 분명코 겸손하고 소탈한 시골 아저씨다. 4선 베테랑 농협 조합장이지만  일 푼의 가식이나 거만한 기색을 찾을 수 없다.
  조합장 간판만 떼면 그는 영락없는 충청도 시골 아저씨일 뿐이다. 말 그대로 ‘진국’이다. 이런 가식 없이 소탈한 농협 조합장이 큰일을 해내서 화제다.
  공주 유구농협은 충남도내 117개 농협 중에서 지역혁신을 이루는데 가장 적합한 농협으로 선발돼 지난달 18일 유구초등학교에서 ‘지역혁신 모델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선포식에서 강 조합장은 호스트임에도 불구, 단상에 올라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잘 해보겠다”며 짧은 인사로 모든 것을 가름했다.
  “막상 한다고는 했지만 이거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우선 농촌실정이 늙은 조합원들이 더 많잖아요. 젊은 피가 있어야 뭐든지 팽팽 돌아가기 마련인데 어쩌겠어요. 주민들과 힘을 합쳐 골고루 발전할 수 있게 미는 거지요.” 지역혁신사업을 감당해 나가는 강 조합장의 변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유구인구가 8700명으로 줄었지만 1980년대 중반만 해도 인구 1만5000명에 전국에서 으뜸인 염직공장들이 즐비한 지역이었다고 자랑했다.
  대구, 예산, 영등포도 아닌 충청도 산골 유구에 어떻게 직물산업이 성업할 수 있었느냐고 했더니 “이곳의 물이 염색에 아주 잘 호응하는 양질의 물이라서 전란 후 이북사람들이 많이 내려와 직물염색 사업을 차렸는데  인조견, 벽지, 한복지, 양장지, 색동견 등 다양한 염직물이 나왔다”며 “지금은 업체들이 중국으로 가는 바람에  많이 쇠퇴했지만 그래도 국내 유일의 색동염직공장은 여기서 가동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직물산업의 아성과 유구지역의 특색 있는 농촌 자연환경, 농업인들의 생산물을 잘 조화시켜서 농촌지역의 생기를 되찾게 하고 농가소득도 높이며 6차산업의 효율을 높여나가자는 것이 지역혁신사업의 요체란다.
  강 조합장은 유구읍 신영리에서 대물려 살며 복합영농에 소도 키우는 농군이다. 4선이라지만 2011년 선거에서 한번 떨어졌다 지난해 3.11동시선거에서 다시 조합으로 들어왔다.
  조합원들이 “장기집권은 안된다”면서 뺏는데 막상 해보니 조합이 신통치 않게 돌아가자 “구관이 명관”이라며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그는 “원래 조합장이하고 싶었다”며 “마을 이장할 때도 그랬지만 42살에 첫 조합장이 되고서는 새벽부터 일어나 온 읍내 구석구석을 돌면서 조합원들을 챙겨왔다”고 밝혔다.
  유구농협은 올 연말쯤 성남리 7821㎡의 부지에 대형 하나로마트와 경제사업장을 이전한다. 조합원의 원스톱쇼핑은 물론 로컬푸드, 꾸러미 사업 등을 활성화시켜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강 조합장은 “고추, 수박 등 대단위 생산물은 조합에서 수집해 일괄 도매시장이나 유통업체로 넘기지만 할머니들이 오밀조밀 캐고, 뜯고, 묶어내는 소규모 생산물들은 로컬푸드를 통해 유통할 계획”이라며 “이미 200여명이 신청했다”고 소개했다.
  유구농협 조합원은 이제 2064명(726명 여성조합원 포함)이 남았다. 조합 재산은 1383억원으로 건실한 편이다. 당기순이익도 9억원 정도 낸다. 또한 이 지역 출향인이 일군 웅진그룹과 결연해 유구 쌀 등 ‘고향농산물 팔아주기’ 운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하나로마트가 널찍하게 바뀌고 지역과 힘을 합친 상생의 여러 사업이 펼쳐지면 유구농협 사업내용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78억원 대형 도청 예산이 지원된 지역혁신 사업을 잘 해낼지 강승석 조합장의 솜씨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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