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 체제, FTA(자유무역협정) 등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 농축수산업은 대내외적으로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시장에 직면하게 됐다.
  소비자가 세계 모든 농산물 중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개방화로 대변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농축수산업의 나아가야 할 길과 최근 고조되고 있는 농축산물 수출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

-농업, '생산->문화, 서비스'로 전환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정부와 농가는 농업 보호와 지원의 근거로 다원적 기능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도, 다원적 기능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휘할 것으로 생각해 이를 실현키 위해 기울여야할 노력이 부족했다. 생산성 만능 사고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FTA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 제고가 무엇보다 우리 농업의 생존에 있어 중요한 정책이다. 이에 앞서 정책이 단기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의 정당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다원적 가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국내 농업이 단순한 농산물 생산보다 수입으로 만족키 어려운 부분을 충족시켜 줘야한다. 농식품 시장이 완전 개방돼 세계 각국의 모든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국내 농촌을 단순한 농산물 공급처라고 생각키보다 환경·문화·안전·안정·여가·휴양 등의 가치를 지닌 곳으로 여기는 시각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농업은 농산물 단순 생산·판매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을 넘어 문화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지역의 농산물 생산과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연계시킨 체험, 여가, 휴양 등 문화서비스를 창출해 농업의 외연을 확장해야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와 농업인을 비롯한 모든 농업 관계자들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 최지현 한국농업경제학회장

-산지조직, 규모화...'미래농업' 준비를

  개방화 시대로 인해 우리나라 농산물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품질을 높이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농산물 재배, 수확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을 잡아야 농업·농촌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또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농업·농촌에서는 위생을 포함한 안전 외에도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의 색택, 크기, 모양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품질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농산물 생산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농업인들이 어려운 것은 소농이 많은데다 분산생산에 따라 품질 관리가 어렵고 생산비 절감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래 농업을 위해서는 산지 조직화, 규모화가 필수이다. 조직화?규모화를 통해 국내로 반입되는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으며 수출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불어 ICT(정보통신기술)가 농촌에 널리 보급돼 농업인들이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생산기반을 갖출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농업·농촌의 고령화가 지속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만큼 세대교체를 하기 위해 후계 농업인 육성에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귀농인들이 우리 미래 농업에 도움이 되도록 영농기술 지원 프로그램 개발과 이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농촌복지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농촌은 아직까지 사회복지시설, 의료시설, 문화시설 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모든 것들이 융합될 때 농업?농촌이 발전할 수 있고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업·농촌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

-거버넌스, 커뮤니케이션이 '열쇠'
  글로벌 사회에서 개방을 부인할 수도 없을 뿐더러 개방화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도 없다. 2018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우리 농수산물의 생산과잉은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잉여농산물이 점차 늘어 날테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교역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개방화를 이뤄온 과정이다.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주도로 급속한 개방화를 추진했다. 농업인들로 하여금 오늘까지 100원 받던 걸 내일부터 80원만 받으라고 하는 셈인데 정부는 개방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들을 정확히 계측하지도 못한 채 밀어붙이기만 했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 모든 일을 정부가 주도해서 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개방화로 농어업인들이 입는 피해는 분명하지만 피해보상에 대한 약속도 모호하고 지켜지지도 않았다. 이제 정부주도 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야한다. 앞으로 개방화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열쇠는 ‘거버넌스’와 ‘커뮤니케이션’이다. 농어업인들이 개방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개방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개방화 이후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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