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논의 '유보'…장기화 조짐

최근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가 발표됐다. 우유 생산비를 기반으로 기준원가와 변동원가를 감안해 계산하는 원유가격연동제가 가동돼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2013년 원유기본가격 조정 이후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현재까지 동결돼 있는 원유기본가격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2일 한국마사회에서 이사회를 열고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 소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골자로 하는 의안을 제출했다.

결과는 유보. 이제 지루한 싸움의 서막이 열리는 것일까.

 

# 연동제 가동시 -18원

통계청의 2015년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조사결과가 지난달 말 발표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5년 우유생산비는 2014년 대비 4.2%, 즉 34원 감소한 ℓ당 763원으로 나타났다. 원유기본가격 조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통계청 우유생산비 증감율이 ±4%이상 발생시 당해연도 조정하고 미만시에는 2년마다 조정키로 돼 있다. 올해는 4% 이상의 감소 요인이 있는 만큼 원유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2014년에 기본가격에 미반영된 인상액 25원과, 2015년 인하액 10원이 있고 2013년 이후 현재까지 가격 미조정 상태에 있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조정유보금액을 포함했을 경우 산출공식에 따라 2016년 원유기본가격 922원과 2015년 원유기본가격 955원, 조정 유보금액의 가감을 통해 나온 15원을 계산하면 협상가격은 -18원, 협상 범위는 -16.2~-19.8원이 된다.

 

#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 유보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도입이 결정된 이후 이듬해인 2014년 누적연동제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논의 시작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원유가격연동제는 수요자와 생산자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양측의 전면전이 시작됐고 결국 가격은 변동되지 않고 2년 연속 미조정되며 답보상태에 빠졌다.

올해는 생산비에서 이미 34원의 감소요인이 있다. 2년 연속 미조정한 인상액과 인하액을 반영한다고 하면 15원 가량의 인상 요인이 있고 원단위 미만 절사를 하면 18원정도의 원유가격 하락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논의키로 한 지난 2일 낙농진흥회에서는 전혀 다른 국면이 연출됐다. 연동제를 통해 가격인하가 결정될 것이라 본 생산자측은 대승적 차원에서 원유가격 인하를 결정했고 이를 이사회에서 개진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유업체는 이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원유수급상황 등을 원유가격 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가격결정 체계마련을 논의하자며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 소위원회 구성·운영(안)을 의안으로 제출했다. 현행 연동제는 구제역으로 인한 원유부족상황에서 도입된 제도로 원유증산에 대한 대처방안이 부재하고 개방화로 국내 유가공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바 현행 원유가격 결정체계 개선을 통해 유가공산업의 경쟁력을 보완하자는 것이 한국유가공협회의 요청사항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유가격 논의가 시작된 첫 이사회에서 유가공협회의 요청사항은 유보됐다.

생산자들은 연동제를 통한 가격 결정 구조에 합의했으면서 연동제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가격체계 전체를 뜯어 고치자는 의미의 소위 구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지루한 공방, 길어질까.

일단 낙농진흥회 이사회는 의안 유보로 차기 이사회에서 소위 결정에 대한 의안을 재논의 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소비자와 유업체, 생산자간의 입장차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으며 연동제 자체에 대한 이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논의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낙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업체의 도산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원유가격이 생산비에 따라 유동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수급상황을 원유가격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가격결정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생산자는 연동제라는 원칙에 입각해 원유가격을 내리는데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연동제 자체에 대한 양측의 쟁점이 전혀 상반돼 제대로 된 논의조차 시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연동제의 기본이 되는 통계청 생산비 조사 자체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한 상황으로 원유가격연동제를 둘러싼 업계의 공방은 장기화될 것이란 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