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 새로운 규범의 배경과 대응<上>

▲ 조세영 前미국대두협회 한국주재사무소 대표

 

 

 

 

 

 

 

# '기후변화' 대한 감시, 통제 및 제어의 필요성 인식 '한목소리'

필자가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미국대두협회(USSEC)에서는 지난 수년 동안 콩의 생산, 교역, 그리고 가공을 망라한 밸류 체인에 지속가능성을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UN이 지난해 9월, 향후 15년간 추구될 의제로 채택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은 UN이 제시한 17가지 세부적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중의 하나인 ‘기후변화’ 요소들에 대한 감시, 통제 및 제어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한 로드맵에 195개국이 합의한 것이다.

 

# ‘지속가능성’전 인류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될 과제라는 인식에 기초

‘지속가능성’이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이행돼야 할 중요한 어젠다로 부각되고 있는 데에는 현대문명의 유지, 확대, 발전이라는 명제가 전 인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될 과제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세계 인구는 지난 30여년 동안 해마다 약 1억명씩 빠르게 증가해 왔다. 앞으로 30여년 후 2050년 즈음이면 세계 인구가 90억명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90억명의 인구를 부양키 위해 곡물은 얼마나 필요하게 될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접근은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그 즈음에는 지구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설사 절대빈곤층이 존재하더라도 대단히 미미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낙관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가 굶주림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빈곤종식’과 ‘기아종식’을 목표로 지속되고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체인구 중 중산층의 비중이다. 곡물소비패턴은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되는데 소득이 낮으면 섭취하는 열량이 주로 곡물형태로 공급되지만 소득이 증가하면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중간재(사료)로 전용되는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곡물을 사료의 형태로 가축에게 급여해 얻는 고기를 섭취하는 방식은 곡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방식보다 더 많은 곡물을 필요로 한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위한 곡물수요가 증가하는 예로 중국을 들어보자. USSEC에 의하면 중국의 1인당 육류(돼지고기, 가금류 및 쇠고기) 소비량은 1985년 기준 도시지역은 21.8kg, 농촌지역은 12kg이었다. 2014년 들어 도시지역은 33.3kg, 농촌지역은 27.4kg로 각각 증가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초 만해도 콩을 수출하였었지만 이제는 연간 8000만톤 이상의 콩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생산된 3억2000만톤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참고로 이 기간 동안 중국의 콩 생산량은 1500만톤 내외로 큰 변화는 없었다.

이처럼 1인당 평균 곡물수요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중산층 인구가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적게는 50% 많으면 7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영돼 다시 미래학자들의 예측을 빌면 2050년 즈음에는 지금보다 25% 증가하게 될 지구촌 인구를 부양키 위해선 지금보다 두배 많은 식량자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곡물수요를 현재의 생산패러다임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지금까지는 증가하는 곡물수요는 현대과학과 농업의 전후방산업의 결합 및 농경지의 확대를 통해 충족됐다. 현대과학과 농업생산시스템의 결합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유효한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 열대우림 개간 통한 농경지 확대 문제

문제는 농경지의 확대이다. 농경지의 확대는 주로 열대우림의 개간을 통해 이뤄졌다. 뉴욕타임즈가 ‘나무를 심는 사람-The man who planted trees’ 저자 짐 로빈스를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에 2000평방마일이 넘는 아마존열대우림이 농경지로 개간돼 주로 곡물생산에 투입됐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면적, 4만평방마일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약 300만평방마일로 어림되는 아마존열대우림 중 이미 20%에 해당하는 면적이 농경지로 전환됐고 20%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농경지로의 전환을 위한 개발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농무부 해외농업청(U.S. FAS) 자료에 의하면 브라질의 콩 생산량이 지난 15년 동안 3900만톤에서 9700만톤으로 2.5배 증가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열대우림의 농경지로의 개간은 비단 브라질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지에서도 열대우림이나 늪지의 상당부분이 팜유, 파인애플, 코코넛 등을 생산키 위한 경지로 개발됐다. FAS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유생산량은 지난 15년 동안 2000만톤에서 5300만톤으로 증가하였는데 특히 인도네시아는 800만톤에서 3300만톤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열대우림은 지표에 닿는 태양열을 가두는 온도조절작용과 함께 탄소동화작용을 통하여 지구 전체의 공기청정기능과 가습기능을 함으로써 지구생태계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지구촌 전체의 자산이다. 아마존열대우림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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