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율·시설량 급증에 가격 '뚝' 완도군·정부, 늘어나는 시설에도 관리감독 '나몰라라'

▲ 전복양식업이 어업인의 무질서, 정부·지자체의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생산성과 가격이 동반하락하며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전남 완도군의 전복양식장 전경.

  전복 주산지인 완도가 생산성 저하와 출하량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2년 전 10미 기존 1kg당 5만2000~5만5500원 수준이던 전복가격은 최근 10미 기준 3만5000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산지 어가들은 수온상승기 폐사에 대한 우려로 출하의향이 높은 터라 어가들이 이를 위해서는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됐다.
  완도내에서도 전복생산량이 가장 많은 노화·소안·보길도 지역의 경우 폐사율이 60%가 넘게 나타나면서 적자를 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가운데 전남 진도군과 해남군, 경남 통영시 등지에서 전복 양식을 희망하는 어업인이 늘어나는 추세인터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2~23일 전남 완도군을 찾아 어업인, 전복유통인, 전후방산업 종사자, 전문가 등으로부터 전복양식업이 봉착한 위기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上) 어업인·지자체·정책당국의 ‘합작품’
  (下) 어업구조조정·유통구조개선 병행돼야

  # 생산성·가격↓ 생산량↑
  전복양식산업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완도내에서도 생산성이 가장 우수한 양식적지였던 노화·소안·보길도 지역은 폐사율이 60%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단위면적당 전복생산량은 급격히 줄었다.
  양식업계의 전문가에 따르면 가두리 칸당 전복 생산량은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며 폐사율이 높은 지역은 칸당 50kg을 넘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 가두리 칸당 생산되는 전복이 최소 80kg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성이 40% 이상 급감한 것이다.
  폐사율이 급격히 높아진 반면 시설량은 급증했다.
  2006년 30만칸 수준이던 전복 가두리시설량은 지난해 초 83만칸까지 늘었으며 이같은 증가세는 이어져 올해 초에는 90만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내만지역에서도 폐사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기존에 전복양식에 불리하다고 평가됐던 전남 완도군 신지 등의 지역에도 전복양식이 시작되는가하면 기존 내만 양식장은 점차 먼 바다쪽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어업인의 무질서가 위기의 시작
  전남 완도군 일대의 전복양식업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1차적인 책임은 어업인에게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복양식어업은 어촌계에 발급되는 마을어장 면허의 범위 내에서 어촌계원과 어촌계가 행사계약을 체결해 양식을 하게 된다.
  현행 어업면허의 관리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어촌계나 지구별수협의 어장면적의 상한선은 20ha 이고 전복은 어장 면적의 20%까지 가두리를 시설할 수 있다.
  전복 양식가두리 시설의 크기로 계산하면 1ha당 설치할 수 있는 전복양식가두리는 최대 347칸이다.
  하지만 면허지내에 1ha 당 347칸의 가두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업인들은 면허지를 이탈해 시설을 설치하는 일이 반복됐고 폐사율이 높아지면서 어가의 수익이 감소하자 기존 가두리에 치패 입식량을 늘리거나 행사계약을 체결한 시설량을 초과하면서까지 시설을 늘렸다.
  시설과 입식량이 늘면서 양식 최적지에서는 조류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폐사율이 늘어났고, 이는 다시 시설량과 입식량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 결국 일부지역에서는 폐사율이 80%가 넘어서기도 했다.

  # 관리감독 손 놓은 지자체·정부
  전복양식산업의 위기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어업인에게 있다면 2차적인 책임은 전복양식산업이 한계에 달할 때까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지켜본 완도군과 정부에 있다.
  현행 수산업법 8조는 양식어업을 하려는 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면허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면허의 관리책임이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도군은 규정을 위반하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전복가두리 시설을 관리하지 못했다.
  오히려 완도군 내에서는 ‘시설이 먼저 설치되고 면허가 뒤 따른다’는 말이 상식이 됐을 정도다. 
  또한 완도군은 늘어나는 규정위반 시설이 한계에 달할 때마다 ‘향후 관리를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해양수산부로부터 추가면허를 발급받거나 가두리 면적의 한도를 넓혀왔지만 사실상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수부 역시 손을 놓고 있거나 오히려 국책연구기관의 경고를 무시하고 시설량을 늘리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해수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양식장 항공사진판독사업을 통해 전복양식가두리시설의 양을 매년 체크해 왔다.
  시설량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수부는 ‘면허는 지자체의 권한’이라는 이유로 이를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시기에는 ‘팔 물건이 없어 못판다’는 일부 상인들과 어업인의 말만 들어 전복 가두리시설을 늘리기도 했다.
  정작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가 월보를 통해 전복 양식가두리 시설량의 급증과 폐사율의 증가로 시설량을 늘리지 말 것을 권고해왔으나 당시 수산정책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시설량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양식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설량 증가에 대한 책임이 1차적으로 어업인에게 있지만 주민의 표를 의식해 시설량이 급증하고 폐사율이 급등해도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은 완도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또한 어업면허의 관리감독이 지자체의 권한이라고 해도 수산정책당국에서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조차 손을 놓고 있었던 만큼 중앙정부 역시 책임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존재감 없는 수협
  전복양식업은 마을단위로 면허가 발급되기 때문에 전복을 양식하는 어업인들은 현행 법률에 따라 모두 수협 조합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행 수협법 시행령 6조에서는 ‘지구별수협의 조합원으로서 어촌계의 구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어촌계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에 따라 양식어업인들이 의무적으로 조합에 가입해야하는 반면 조합원이 생산성 하락과 생산량 증가,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도 완도 관내 수협은 전복 가격 지지를 위한 어떤 판촉활동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수협이 전복 소비촉진에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수협이 왜 그런 일을 하나’라고 반문하는 어업인들도 있을 정도다.
  전복 양식 어업인들에게 수협은 그저 정책자금을 대출하고 정책보험을 판매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완도군의 한 전복유통인은 “소안농협이 김 양식을 위한 해태망 등의 구매사업을 진행하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활어차를 운영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반면 수협은 제대로 된 구매사업이나 판매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수협이 조금씩이라도 나서주면 체화되는 출하량을 해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이같은 사업에 나서지 않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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