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두리 시설 분산·확장자제…생산성 회복을

▲ 전복양식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개선과 등급의 간소화, 산지규모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완도전복주식회사의 전복 수조.

  전남 완도군을 중심으로 한 전복양식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어업인들의 생산성은 하락했지만 늘어난 시설량으로 인해 전복가격이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온상승기를 앞두고 출하가 집중되며 완도군의 전복 유통인들마저 재고량이 적게는 3~5톤, 많게는 10톤에 달해 출하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전복은 활어중심의 식문화로 쏟아지는 출하량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우며 가공품마저 널리 개발되지 못한 터라 체화되는 물량을 소화해낼 방법이 없다.
  전복양식업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전복양식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上) 어업인·지자체·정책당국의 ‘합작품’
  (下) 총체적 난국, 해법은

  # 생산성 개선 선행돼야
  전복양식업이 위기를 맞은 근본적인 이유는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완도군 내에서도 시설량이 가장 많은 지역인 노화·소안·보길도에서 폐사율이 60%를 상회하는 등 과거에 비해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했고, 다른 내만지역에서도 생산성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3년산 전복이 출하 시까지 폐사율이 20% 이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생산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전복양식업의 정상화는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가두리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시설을 분산시키고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시설을 늘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복 양식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대중 수출이 늘어나면서 완도지역에서 수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터라 시설량 증가시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출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국내 전복양식업의 생산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가두리 시설의 총량을 줄이지는 않더라도 어장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복양식업이 국내 수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산비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전복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추산돼야 적정한 전복 가격을 산정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전복 등급 간소화해야
  전복은 크기로 등급이 매겨지는 데 등급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정작 소비자들이 이를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1kg당 몇 마리가 들어가냐에 따라 책정되는 등급 중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크기만을 놓고 볼 때 큰 사이즈는 1kg당 6~7미부터 작은 사이즈는 25~30미까지 15단계 정도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같은 크기는 산지에서만 통용되는 크기일 뿐 전문가들조차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분화돼 있다.
  판매시의 등급이 이처럼 세분화돼 있다 보니 유통과정에서의 감모량 등에 있어 유통인들의 자의적인 평가로 ‘편차’라고 불리는 ‘덤’이 형성된다.
  이 경우 가격의 진폭이 크면 클수록 유통인들의 수익은 커지는 반면 생산자나 소비자들은 이로 인한 혜택을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15단계 이상으로 구분된 크기에 따른 전복 등급을 특대, 대, 중, 소 정도의 수준으로 간소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산지에서는 전복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정작 소비지에서 소비자들은 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년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에서는 15~20미 크기 3마리에 8000~1만원에 팔았다면 요즘에는 10~15미를 8000~1만원에 파는 등 가격하락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됐어도 크기에 따른 차이를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크기에 따른 등급을 3~4단계 정도로 간소화하면 산지 가격의 등락을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가격 하락기에 소비가 늘어나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산지 규모화로 유통 효율성 제고해야
  전복 유통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산지에 집하장 등을 마련, 규모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복 출하시에는 가두리를 통째로 들어내서 출하하기 때문에 가두리에서 필요로 하는 크기만을 선별적으로 출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같은 가두리에 있는 전복들도 크기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대부분인터라 전복 유통인들은 자신이 필요한 크기의 전복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재고를 확보해야 하고 이는 곧 유통과정에서 감모량 증가나 덤핑판매 등으로 이어져 유통비용을 높이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주산지인 전남 완도군에 해상집하장이나 육상집하장을 마련해 비슷한 크기별로 묶어 판매가 이뤄지도록 유도,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남 완도군의 한 전복유통인은 “유통인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재고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것인데 가두리째로 출하하는 전복의 특성상 유통하기 어려운 재고가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며 “해상이나 육상에 집하장을 마련해 크기별로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유통인들은 재고부담을 덜어 유통비용을 줄일 수 있고 어업인들의 수취가격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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