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구성 위한 현실적 방안 마련
생산자단체 거출율 0.5% 이상 '적정'

지난해부터 쌀 의무자조금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쌀 의무자조금 제도의 운영조직, 거출방식, 거출액수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쌀 의무자조금에 대한 생산자 단체 간 의견 조율이 정체되고 있어 좀 더 진전된 방향의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쌀 의무자조금의 쟁점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 대의원 선거, 현실화는?

쌀 의무자조금을 도입키 위해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대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선출구역을 획정, 대의원선거를 실시해 대의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대의원회에서 쌀 의무자조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대의원의 3분의 2이상이 투표하고 투표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이 중 대의원 선거를 둘러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생산농가 수가 많은 쌀 산업의 특성상 대의원 선거를 치르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의원 선거는 선거인의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병희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행법 상 쌀 산업에 종사하는 64만 농가 중 절반이 지역별로 모여 대의원을 선출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농수산 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쌀 의무자조금 관련 특례조항을 신설하거나 가칭 ‘쌀 의무자조금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별도 제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수산 자조금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 예외 조항 등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쌀 의무자조금 도입 방안 연구’ 연구용역을 진행한 조재성 충남대 조교수는 대의원 선거를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한돈이나 낙농에 비해 생산 농가가 많았던 한우의 경우, 자조금 도입을 위한 선거를 2004년 8월 25일(영남권)부터 11월 11일(충청권)까지 순차적으로 시행했다”며 “쌀 농가 수가 더 방대하긴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농협의 협조를 구해 지역별로 돌아가며 대의원 선거를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종헌 한우자조금 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당시 한우의 경우 지역축협 본소나 지소에 선거투표소를 두고 대의원 투표를 진행했다”며 “쌀 자조금도 읍면별로 있는 농협의 협조를 구해 순차적 투표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거출방식 의견 분분

아울러 쌀 의무자조금의 거출방식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쌀 의무자조금 도입 방안 연구’ 연구용역에서 조 교수는 직불금 대상 농가로부터 의무자조금 납부에 대한 자동 동의서를 받은 후 직불금이 지급되는 농협계좌에서 직불금 당일 또는 차일에 자동으로 거출금이 자조금관리위원회로 송금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현행법 하에서 쌀 의무자조금이 거출될 수 있는 만큼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RPC(미곡종합처리장) 위탁 거출은 납입관리는 용이하나 정확한 거래 물량 파악이 어렵고 RPC를 통한 유통물량도 현재 약 60%에 불과해 부적정하다”며 “RPC로 거출시 농가들이 수익보전을 위해 소규모 도정업체 등으로 거래처를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한 쌀 생산자단체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임 사무총장은 “농가 동의 후 자동납부는 동의서 없이는 거둘 수 없다는 점에서 임의자조금과 같다”며 “쌀 의무자조금의 무임승차를 줄이고 보다 많은 쌀 농가가 동참할 수 있도록 톨게이트를 두거나 직불금에서 거출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수매 때 RPC를 통해 쌀 의무자조금을 공제하거나 비료 등 농자재에 쌀 의무자조금금액에 준하는 일정금액을 부과해 납부하게 하는 방법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제시된 방안은 법률적 문제는 없으나 지로용지 갱신, 인건비 등의 현실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쌀 산업 관련자들이 중지를 모아 대안을 마련하면 정부가 환경조성 마련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2ha 초과 면적 거출 합리적

‘쌀 의무자조금 도입 방안 연구’ 연구용역에서는 거출 대상을 2ha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하되 2ha 이상 농가에 대해서는 2ha 초과 면적에 대한 거출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거출율은 최소 100억원 이상의 농가거출금을 목표로, 2ha 이상 농가의 2ha 초과 면적에 대해 산지가격의 0.5%를 거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쌀 생산자단체들도 거출율은 최소 0.5% 이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조 교수는 쌀 의무자조금과 관련해 “쌀 의무자조금은 쌀 생산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인 만큼 긍정적 효과가 전망됨에도 거출방법 등에 대한 단체 간 이견이 많아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이 안타깝다”며 “우선 쌀 의무자조금 도입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순차적으로 관련 사안들에 대한 의견을 모아 생산자단체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출방식 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과 관련해선 “거출방식 등은 대의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대의원회에서 보완·개선·변경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 의무자조금은 쌀 생산자가 주체인 만큼 협의과정에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되 쌀 생산자와 유통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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