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농정연구센터 월례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농협경제지주로의 경제사업 완전 이관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효과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없었던데다 자칫 농협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2011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농협중앙회를 중앙회와 금융 및 경제지주로 분리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경제지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경제지주가 농협중앙회에서 실시했던 경제사업보다 잘할 수 있는지, 회원조합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경제지주의 비전은 무엇인지 등등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경제지주가 농민조합원, 나아가 우리나라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도입됐고, 지금도 모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과거 농협중앙회가 돈 장사만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썼고, 이에 따라 큰 틀에서의 신용 및 경제사업 분리가 대세로 자리 잡았으나 경제지주체제에 대해서는 법 개정 당시나 지금이나 걱정만 앞서고 있다.
  이날 개최된 세미나에서 경제지주로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 완전이관을 우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12년 경제지주를 설립한 후 농협중앙회에서 담당했던 양곡, 소매 등 유통판매부분 이관까지의 성과를 평가한 후 완전이관 시기를 결정하자는 주장에서부터 경제지주의 성격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판매농협을 구현한다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무게중심이 소비지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일반 대형유통업체의 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고, 이 같은 역할속에서 농협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산지는 잊혀지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그동안 농협 경제부문이 담당해 왔던 마케팅 및 브랜드 교육, 산지조직화 및 경영기법 전수 등 소위, 돈 안되는 교육지원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가시지 않는다.
  농협경제사업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이차보전 형식으로 지원해 주던 자금이 올해 말 만료될 경우 경제지주의 자본금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역시 낙관할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금융지주의 경영악화로 농협중앙회로의 자금수혈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기 배분한 2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4조원 가량을 쉽게 경제지주로 배분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법에 2017년 2월말까지 경제사업의 완전 이관이 명문화돼 있는 만큼 우선 법대로 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시 바꾸자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행시기를 늦추고 우선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 농협을 둘러싼 문제는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농업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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