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건봉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바이오공학과 농업연구사

  1860년대 멘델이 강낭콩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로 유전시키는 분명한 어떤 물질이 있다는 유전 법칙을 발표하고, 약 90년 후인 1950년대에 그 물질이 유전자라는 것이 밝혀진 이래, 현재는 그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유전공학 기술과 생명공학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이젠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품종의 가축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세균과 같이 눈으로 볼 수도 없을 정도의 작은 것부터 땅 속에 뿌리를 박고 사는 식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는 동물까지 굉장히 다양하다. 동물원에 가면 하늘을 나는 새로부터 기어 다니는 뱀, 무엇이든 훔쳐 먹는 생쥐,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구경나온 사람까지 정말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세균부터 사람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자는 단지 구아노신, 아데노신, 씨티딘, 티미딘이라는 단 4개의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지 4개의 핵산 배열의 순서와 길이 차이에 의해서 크기도 생김새도 색깔도 다른 전혀 다른 동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돼지의 경우 재래돼지와 같이 검은색도 있고, 랜드레이스처럼 흰색 돼지도 있다. 이는 털 색깔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핵산 배열 차이에 의해 나타난다. 검은색의 돼지 유전자를 흰색 돼지의 유전자로 바꿔 준다면 일반적인 특징은 검은색 돼지의 것을 갖고 있지만 색깔만 흰색인 돼지를 만들 수 있다. 해파리에만 존재하는 녹색을 띄게 하는 형광유전자를 돼지에 넣어 준다면 녹색 형광 돼지도 만들 수 있다.
  유전자를 바꿀 수 있는 유전공학 기술은 1970년대 초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부터 발달해 이제는 기계로 원하는 유전자를 합성할 수 있다. 동물에서는 최초로 1980년대 초에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사람 성장호르몬 유전자가 도입된 2~3배 더 큰 생쥐가 개발돼 일반인들도 유전공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많은 과학자들은 생쥐보다 더 크고 효용성이 큰 가축으로 질병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1990년대에 개발된 젖으로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는 산양으로서 현재 약으로 판매되고 있고, 유량이 더 풍부한 젖소와 계란을 생산하는 닭을 활용해 치료용 약제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사람에게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고 수술로도 교정할 수 없는 질병이 있다. 이러한 경우 장기 이식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문제는 환자에 비해 기증자의 수가 극히 적다는데 있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오래전부터 사람 이외의 동물의 장기를 이식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빈번했지만 모두 실패한 후 면역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것이 밝혀졌다. 1990년 초에 몇몇 유전공학자들이 거부반응을 억제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았고, 최근에 더욱 발전한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해 돼지의 심장을 사람과 유사한 원숭이에 이식해 수년간 생존하는 결과를 얻게 돼 머지않아 장기 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유전공학 기술은 1970년부터 현재까지 발달한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 기술은 우리의 의료 복지 향상에 당연히 사용될 것이고, 가축은 중요한 매개체의 하나가 될 것도 당연하다. 이젠 어떤 가축이 필요할지 고민할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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