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훼산업이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고작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화훼업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개월 동안 화훼류는 약 25%, 분화류는 30%나 거래가 급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0월 양재공판장을 기준으로 절화 거래량은 지난해 133만속이던 데서 99만 9000속으로 24.9%급락했다. 분화 거래량도 지난해 108만 9000분이던 데서 77만분으로 29.3%나 추락했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농축수산업계 피해를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실제 상황이 이렇게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생산농가는 물론 화훼업계 종사자 모두 충격에 빠져 버렸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에도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공무원 행동강령’ 여파로 화훼업계는 휘청됐었다. 3만원 이상의 꽃 선물을 규제하면서 그나마 꽃 소비를 뒷받침해주고 있던 경조사용 꽃과 난의 소비도 급감하게 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꽃이나 화분이 ‘뇌물’로 취급되면서 꽃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풍토가 생겨버린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카네이션 한송이’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꽃이 대표적인 부정청탁 사례로 인식돼 버렸다. 소비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보다 경기가 나빴던 1980~90년대 만 해도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사기도 했고,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에는 카네이션 한 두송이씩 들고 다닌 걸 이상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부모들과 스승은 선물받은 카네이션을 하루 종일 가슴에 달고 다니기도 했다. 개개인의 기념일이나 생일에도 어김없이 꽃이 함께 했다. 어느 누구도 이런 꽃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꽃 소비의 급격한 위축은 조만간 생산 농가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화훼 산업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거창한 화두가 아니더라도 ‘꽃’이 주는 정서적, 치유적 기능은 벌써, 이미 사라져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훼산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속의 꽃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85%이상이 선물용으로 소비되는 독특한 소비구조를 바꿔 일상 속에서 꽃을 접할 수 있는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또 화훼업계에서 요구하는 ‘화훼산업진흥법’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각계의 지혜를 모아 화훼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꽃 한송이도 ‘뇌물’로 보는 무리한 법 적용은 하루 속히 개정돼야 할 것이다.

‘멘붕’에 빠져버린 화훼산업을 살리는 일에 정부와 학계, 소비자, 유통업계, 생산농가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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