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법에 따른 권한만 내세울 시 공판장 전환도 검토할 것"

▲ 지난 20일 열린 정책토론회의 전경.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설자로 서울시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개설자의 지위와 의무, 권한과 관련된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기형적 구조인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 지위와 권한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량진수산시장은 일반 법정 도매시장으로 개설자는 서울시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2002년 당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수협중앙회가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의 부지와 시설이 모두 수협중앙회의 소유이며 시장을 관리하는 법인 역시 수협이 100% 출자한 수협 노량진수산(주)으로, 수협중앙회가 법정 도매시장을 소유·운영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2002년 이후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시설의 정비·개선과 투자 등을 한 것이 거의 없으며, 시설과 부지확보 등 기본적인 개설자의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가운데 관리감독 권한만 행사해 왔다.

이같은 문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가 이뤄지며 더욱 심각해졌다.

현대화사업비의 70%는 해양수산부가, 30%는 수협중앙회가 부담했기 때문에 서울시가 개설자의 권한을 주장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지난 2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농안법에서 정한대로 서울시가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라는 사실을 부인한 적은 없다”며 “다만 일반 법정도매시장 11개소 중 유일하게 노량진수산시장만 소유와 운영이 분리된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음에도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설자로 서울시의 권한과 의무 등이 모호하게 남겨진 가운데 구 시장에 잔류한 비대위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와 상인들은 농안법 24조에 따라 공공출자법인을 설립, 노량진수산시장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선호균 비대위 대외협력국장은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 노량진수산이 유일한 도매시장법인으로 지정돼 운영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며 “이에 수협 노량진수산을 해산하고 서울시공사와 수협, 상인단체가 공동으로 출자한 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해 시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윤덕인 서울시공사 유통물류팀장도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안법에 따라 관리와 운영의 구분이 필요한데 소유와 운영이 수협중앙회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법에 저촉되고 있는 만큼 현실에 맞게 법을 개정하거나 관리와 운영을 명확하게 구분해야할 것”이라며 “다만 노량진수산시장의 독특한 구조를 감안해 개설자인 서울시와 수협이 공공출자법인을 설립해 도매법인보다 공익적인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수협은 서울시가 개설자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조문에만 근거해 일방적인 권한을 요구할 경우 수협 역시 법에 따라 노량진수산시장을 수협의 공판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노성 수협중앙회 지도경제대표이사는 “수협이 노량진수산시장을 인수한 이후로 서울시에서는 별도의 지원을 한 적도 거의 없고 법에 따른 의무도 전부 이행하지 않았는데 서울시 산하 공기업에서 공공출자법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황스럽다”며 “노량진수산시장은 부지와 시설물 모두 수협중앙회의 사유재산으로 서울시가 법조문에만 근거해서 개설자의 권한만 행사하려 들 경우 수협에서는 법정도매시장의 지위를 반납, 공판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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