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업 폐사율 '절반 이상'···산업 고도화 걸림돌
어장환경악화·어가 고령화에 양식업 도태 우려
신규인력유입·자본투입·구조조정 필요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양식기술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해마다 생산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어류양식어업 생산량은 기술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 양식어업이 정체기를 맞이한 반면 수입수산물의 국내 시장 공략은 거세지고 있다.

2013년 1억3649만달러였던 연어수입금액은 2014년 1억9672만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2219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노르웨이는 또다른 수출품목인 바다송어를 우리나라 시장에 선보이며 또다른 시장공략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면초가에 처한 우리 어류양식업의 현황을 진단해본다.
 
  (上) 어업 구조조정, 마린 하베스트를 낳다
  (中) 바다의 반격, 생산성의 늪에 빠지다
  (下) 한국형 마린하베스트는 가능할까

# 생산량 ‘정체’·어가수 ‘감소’

국내 양식어업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바로 통계에 보이는 양식어업의 현황이다.

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에 따르면 2010년 8만75톤이었던 양식어류 생산량은 2011년 7만2449톤으로 급감했다가 2014년 8만3437톤 수준으로 등락을 반복하며 정체상태에 있다.

또한 2010년 말 2404개였던 양식업 경영체(어가)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738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생산량이 8만톤을 기점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반면 경영체(어가)수가 감소하는 것은 국내 어류양식업이 제한적으로 규모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양식어업 경영주들 중 장기간 종사해온 사람들이 많은 터라 재투자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어류양식어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수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팀장은 “2010년 실시한 농림어업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7000어가 중 1만2700어가가 양식업 종사경력이 20년 이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식어가의 고령화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인 신규인력 유입과 자본의 투입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반격에 나선 바다…폐사율 5년 만에 10%p 높아져

우리 양식어업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동일한 어장을 장기간 이용함에 따라 어장환경이 악화, 양식업이 악화된 바다환경으로부터 반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장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양식동물의 경우 생산성의 하락으로 직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사례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어류양식품목인 광어다.

광어는 최근 국내 양식장들의 폐사율이 50% 전후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으로2010년 평균폐사율이 40% 전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사이에 10%p 가량 높아졌다.

통상 양식어류의 폐사원인으로는 종묘의 수직감염이나 생사료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 유입, 어장환경의 악화 등 3가지가 손꼽히는데 종묘의 수직감염과 생사료 사용에 따른 바이러스 유입이 5년 만에 갑자기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주된 이유로 어장환경의 악화가 지목되고 있다.

이같은 추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난해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이 실시한 연구다.

제주해양수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유입수 여과 및 살균처리 시스템 도입을 통한 위생사육수조시스템 연구’결과에 따르면 드럼필터 등을 활용해 유입수를 전처리한 양식장은 이같은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양식장에 비해 폐사율이 30%p 가량 낮게 나타났다. 즉 제주도내 어장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강봉조 제주해양수산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실험의 결과 유입수의 여과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치어기 스쿠티카병으로 인한 폐사를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즉, 향후 양식장의 배출수와 유입수만 철저히 관리해도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폐사율 50%, 산업 불안정성 높인다

 

어장환경 악화에서 기인한 높은 폐사율은 출하가격 상승과 수익률 저하의 문제와 더불어 산업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것이 문제점이 제기된다.

해상가두리어업의 경우 실질적인 폐사율이 집계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육상수조식 양식어업은 입식되는 종묘의 양과 출하량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간접적인 폐사율을 집계한 결과 양식어업의 5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르웨이 연어양식의 경우 폐사율이 2~5% 수준이며 스페인, 덴마크 등 다른 양식업 선진국들도 폐사율이 5% 이내로 매우 낮게 형성된다는 점과 대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양식기술로는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어류양식업의 폐사율이 50% 수준으로 형성된다는 것은 양식업의 내부적인 변수조차 통제범위를 벗어났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산업의 고도화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수현 팀장은 “어류양식업이 연근해어업에 비해 갖는 강점은 생산단계의 변수를 줄여 안정적인 생산·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인데 폐사율이 지나치게 높고 어가별로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은 사실상 어류양식업이 생산단계에서 제대로 통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양식장 내부의 변수들도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외적인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만한 경쟁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어가 국내 활어회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폐사율 저감과 생산성 제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어류양식업이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대외적인 변화외에도 어가의 고령화, 어장환경의 악화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어류양식업도 서서히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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