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박영인 성천문화재단 상임이사_

"인류의 역사는 말세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다. 인??항상 말세라고 우려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도 총체적 위기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99년 7월은 노스트라다무스가 5백년전에 지구의 종말을 예고한 때라 하여 더욱 말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진정 걱정해야 할 일은 말세의 도래가 아니라 그 원인이 되는 인간 스스로의 윤리 규범에 대한 불감증이다. 근본을 버리면 잘되는 일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농사짓는 마음씨

인??기본 욕망 가운데 먹는 문제는 첫손가락에 꼽힌다. 육신을 보존하고 삶을 뜻있게 하는 기초가 바로 먹거리인 것이다. 사람은 먹거리 찾아 일생을 헤매는 동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의 먹거리를 위한 물질적 욕망뿐 아니라 마음의 먹거리를 위한 정신적 욕망도 크다. 이 두가지를 충족시키려고 인??부지런히 일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농사란, 우선 육신먹거리를 공급하는 행위이다. 자연으로부터 채취하는 단계를 지나, 배불리기 위한 자급자족, 그리고 나아가 정신먹거리를 풍요롭게 하는 기초를 형성해 준다. 그래서 농사를 중요시 하고 농사짓는 마음씨를 높이 여기는 것이다.
우리의 농사짓는 마음씨는 그 동안 많이 변질되어 왔다. 경제발전 이전에는 그런대로 순수했는데 60∼70년대의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변질하기 시작, 80년대의 상업농과 UR, 90년대 중반의 WTO진입기를 지나 새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지금은, 농사짓는 마음씨가 너무도 혼미하여 걱정된다.

농심은 곧 천심

농사짓는 마음(農心)은 바로 하늘의 마음(天心, 天意)이라고 한다. 사람은 우주(大自然)를 축소한 만물의 영장으로 그 자연속에서 하늘의 이치, 곧 천심에 따라 농사짓는다. 그러므로 농심, 즉 인심(人心, 民心)은 하늘의 뜻을 쫓아가고(順天), 대자연과 더불어 경건하게 조화를 이루어야(順理)한다. 이것이 농심의 원리이다.
농사는 하늘과 땅과 사람(天地人)의 합작이다. 서로 균형있게 일치하지 않으면 수확이 없다. 자연의 도움으로 사람이 열심히 심고 가꾼대로만 거두게 된다. 정확한 인과응보이다. 따라서 정직, 근면, 협동, 감사는 농심의 본질이다. 하늘과 땅은 언제나 불변, 공평이다. 그런데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농심이 천심과 멀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인??이 기본원리를 어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여건이 그렇게 만들어 간다.

자연과 나라를 지키는 농심

농업은 먹거리 공급과 자연보??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에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먹거리 수급과 가격불안, 그리고 타 산업과의 비교열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농심 본연의 모습이 점차로 흔들리고 농심 지키기가 힘들어 진다.
정부는 농심을 지켜주는 커다란 보루이다. 합리적인 농정으로 소득을 높이고 균형적인 사회정책으로 알맞게 대상해 주면 농심은 기본적으로 유지되게 마련이다. 개혁이란 명분 아래 무리하게 추진하는 각종 정책은 오히려 농심을 멍들게 하기 쉽다. 역리(逆理)는 역천(逆天)이며 농심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농심의 바탕은 변하지 않는다. 시대에 따른 약??변질은 불가피하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정치, 경제의 부조리와 사회, 문화의 불합리가 만연된 상황에서 농심이 온전할 수 있겠는가. 미국이 오늘 세계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새역사를 지향하는 개척정신과 천심을 기본으로 하는 중서부 지역의 농심이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강의 기적과 IMF극복의 저력으로 농심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농민이 농심을 지키면 하늘은 반드시 농민과 나라를 지켜준다. 농민 뿐 아니라 농업관련 기업인, 교육자, 연구가, 언론인, 공직자 등 모두가 농심의 본질로 돌아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한다. 이것만이 말세를 걱정안하고 살아갈 수 있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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