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은 대통령선거 모드로 넘어간 듯하다. 그런듯하다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소위 대선주자들은 연일 대선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농업계 역시 19대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대선공약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물밑작업은 물론이고, 이미 토론회도 몇 차례 열렸다. 대선주자가 확실하게 받을 수 있는 공약을 마련하고 제시해 농업ㆍ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대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 이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 대선 일정도 잡히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난리법석일까?

“농정철학도 농업에 대한 관심도 없다.” 기자시절 농업계 학자들(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포함)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종종 들었다. 이들이 말하는 대상은 대통령일수도 있고, 농식품부장관일수도 있다. “철학도 관심도 없으니 (현 정부에서는) 기댈게 없다” 뒤이어 듣는 말이다.

다음 얘기를 들으면 답은 명확해진다.
역시 기자시절 농식품부(아니면 농림부) 취재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사안을 챙기며 “이거 잘되고 있느냐?”고 질문을 하곤 했다. 궁금해서 “왜 갑자기 (현재 이슈도 아닌데) 그것을 챙기시죠?”하고 되물어보면, 그는 “대선공약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청와대에서) 점검을 하라고 하잖아요.”라는 답을 들려줬다.

대통령의 관심사는 공무원에게 있어서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공무원으로서는 챙겨보고 그 결과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를 보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농업계가 벌써부터 대선공약 마련을 위한 토론회까지 벌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이야 공무원이 하지만, 대통령이 관심을 갖느냐, 안 갖느냐에 따라 해당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조기대선이 이루어질 경우 19대 대선공약은 그 어느 때 대선공약보다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조기대선이 이루어질 경우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는 이전 대통령과 같은 당선인 신분이나 인수위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당선과 동시에 곧바로 대통령에 취임해 국정을 책임지게 된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정권을 인수받은 첫 번째 대통령은 13대 노태우 대통령이다. 그는 취임준비위원회를 꾸려 정권을 인수받았다. 뒤이어 김영삼 대통령이 인수위원회를 꾸려 정권을 인수했다. 그리고 현행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 법적근거를 마련해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2003년에 만들어졌다. 이를 통해 대통령 당선인은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을 인수받으면서 재임기간 중 펼칠 국정운영 틀과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조기대선을 통해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새로 선출되는 19대 대통령은 인수위 과정 없이 곧바로 대통령으로 취임을 한다. 이 때문에 대선공약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의 농정공약이 앞으로 농업과 농촌의 향후 5년, 아니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대선후보의 공약이 중요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대선를 치르는 과정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철학이나 신념을 담은 공약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을 남발해 농업계를 실망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에도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농업계는 대선후보 농정공약 개발에 두 팔을 걷고 있다. 농업은 생명안보산업이고, 농촌의 도시의 뿌리다. 진부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대선후보들은 철학을 담은 농정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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