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공약은 농심을 좌우한다. 지난 17일부터 22일간 선거운동에 들어간 대선후보들은 이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농업·농촌 관련 대선공약을 제시해왔다. 단발성으로 내놓기도 하고, 농민단체가 주최한 토론회 등에 참석해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농정공약의 특징은 농업계가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그 어느 대선 때보다 스스로 공약을 개발해 먼저 각 당에 제안했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촌을 챙기는 제도적 장치 요구에서부터 당면 현안인 쌀 수급안정과 가축질병 방역대책까지 그야말로 농업·농촌을 살리려는 A에서부터 Z까지 다양한 공약(안)을 제시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농업계의 절박한 심정이 공약개발과 제안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농업·농촌은 참으로 절박한 상황에 빠져있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와 무차별적인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우리 농축산물은 급속도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예전과는 천양지차다. 내우외환 그 자체다.

농업계가 만들어 제안한 농업·농촌 관련 공약은 각 당이나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대부분 수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다행스럽다. 농업계가 이번 대선을 통해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에서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도 될 듯하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공약은 이행이 관건이다. 하지만 흔히들 말하기를, 공약과 정책실행은 다르다고 한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그동안 제시한 공약은 파기하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를 나라 안팎에서 종종 보곤 했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다 지키려는 것은 말도 안 되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만 추려야 한다는 진솔한 조언이다. 이른 바 공약(公約)은 언제든지 이런저런 이유로 공약(空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대선후보와 각 당은 농업계가 제시한 농업·농촌 관련 공약을 대부분 수용해줬다. 그렇다고 농업계의 요구가 다 받아들여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약(公約)은 언제든지 공약(空約)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선후보들은 앞으로 진행될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농업·농촌 관련 선심성 공약을 쏟아낼 게 뻔하다.

최근 한 농업계 원로는 그동안 제시된 농업ㆍ농촌 관련 공약을 접하고, SNS(사회적관계망)상에 “농업·농촌 관련 공약이 (대선후보와 각 당) 핵심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농업계는 그동안 대선 때마다 다음에 뽑힐 대통령이 농업ㆍ농촌 관련 공약 이행을 통해 위기에 빠진 농업ㆍ농촌을 위기에서 구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매번 기대는 기대로 끝났다. 이번에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됐다는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핵심공약이 아닌 후순위 공약은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짙다. 이대로 방치하면 위기에 빠진 농업ㆍ농촌은 설자리를 잃을 게 너무나도 뻔하다. 농업ㆍ농촌을 되살릴 시간도 별로 없다. 농업계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실한 심정으로 농업ㆍ농촌 관련 공약이 핵심공약에 포함되도록 각 당과 대선주자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대선후보와 각 당도 이를 수용해 확실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 있다. 농업인들은 제대로 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기준은 대통령 후보의 진실성, 농업·농촌에 대한 진정성과 애정, 농업·농촌을 되살리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농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농심에 순응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 농업·농촌에 희망의 불씨가 지펴지길 기대한다. 그 시작은 농업인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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