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AI에 직격탄 맞은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
산란성계육 물량 큰 폭 감소…국내 수급불안에 수출 제동

▲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이 도계물량 급락으로 인해 수출에 차질을 빚으며,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사진은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에서 도계를 하는 모습.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가금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산란계의 대량 살처분으로 농가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인 사료, 동물약품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의 경우 지난 12월 중순 이후 산란성계육 수출이 중단되고, 도계물량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국내 AI 발생으로 인한 위생, 안전성에 대한 문제와 함께 도계물량 감소로 수출 물량 확보도 쉽지 않자 현지 바이어와 구매처들은 다른 나라로 수입처를 물색하고 있어 AI 수습 이후에도 산란계 전문 도계장의 근심이 해소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 도계물량 ‘80%’ 감소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의 도계물량이 지난해 대비 8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산란성계 도계실적은 357만9910마리로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80% 가량 감소한 물량이다.

이는 사상 최악의 AI로 인해 전체 사육대비 36%인 2518만마리가 살처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현재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지난해 대비 80%까지 회복됐지만 높은 계란 가격 탓에 환우 등으로 계란 생산을 연장하고 있어 도계물량이 좀처럼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이 산란성계육의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내수용으로도 충당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수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본과 홍콩의 수출은 전면 중단됐으며,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 역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수출물량은 약 90톤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수출물량인 2만1539톤 대비 0.4% 수준으로 공급량이 대폭 감소했다.

특히 국내 산란성계육 전체 생산량의 70% 내외가 베트남으로 수출되고 있는 만큼 산란계 산업에서 수출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내 수급 불안으로 수입업체들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목 대한양계협회 부장은 “국내 육계 관련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이 어려우나 산란성계육은 베트남 국민들의 선호로 틈새시장을 유지해 왔다”면서 “그러나 최근 국내 수급불안으로 베트남이 일정한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일본, 중국 등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 수익성 ‘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란성계육만을 취급하는 전문 도계장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마리당 수출판매가격은 지난해에는 1100원, 올해 4월 기준으로는 1120원 수준을 기록했다. 수출물량이 현저하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판매가격은 크게 높아지지 않아 홍콩 바이어들이 국내 산란성계육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증되는 대목이다.

이같이 산란성계육의 수출 판매가격은 크게 상승하지 못했으나 도계장에선 산란계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비싼 가격에 산란성계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마리당 산란성계 가격은 지난해 307원에서 올해 636원으로 두배 이상 뛰었다. 때문에 산란성계육 전문 도계장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 농가의 적극적 협조 필요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농가에서 수출 도계 물량 확보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란성계 도계 물량 감소로 국내 닭고기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국가간 신뢰를 잃게 되고, 이는 계란산업의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농가에서 경제주령이 끝난 산란성계육을 출하하라도 다른 농장에서 이를 재구매해 강제환우를 시켜 계란을 재생산하는 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높은 계란 가격 탓에 무분별한 강제환우가 진행되면서 계란 품질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수출물량 확보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산란성계육 수출 업계는 보다 엄격한 수출 도계장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우 정우식품 구매팀장은 “무분별한 강제 환우 등을 어느정도 선에서는 제재할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이와 함께 AI 청정국 지위 회복 이후 빼앗긴 수출 시장을 되찾아 오기 위해 협회나 정부차원에서 도계장의 위생 수준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 일정한 품질 이상의 산란성계육이 수출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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