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은 육계업계의 최대 대목으로 꼽히는 ‘초복’이었다. 지난 AI(조류인플루엔자)로 전전긍긍하던 육계업계가 이번엔 웃을 수 있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런 기대감이 무색하게도 육계 산지 가격은 생산비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만난 한 육계농가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더니, 고생 끝에 고생만 오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실제로 양계협회에 따르면 육계시세는 7월에 들어서면서 대닭과 중닭은 각각 1100원, 소닭은 1200원으로 최저 가격을 기록했다. 이후 오름세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소비 대목인 초복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가격이다.

이는 AI의 여파와 치킨가격 논란 등 잇따른 육계업계의 악재로 소비가 발목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때이른 폭염으로 육계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가격이 다소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복특수’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도 닭고기 가격이 오름세로 전환됨에 따라 중복과 말복에 대한 기대감은 나타나고 있지만 확신을 하긴 어려운 모양새다.

안타깝게도 복경기 이후에는 육계업계의 전망은 더 어둡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모든 지표들이 하반기 닭고기 공급 과잉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복날에는 평소보다 닭고기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이 어느정도는 오르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닭고기 공급이 넘쳐나면서 육계 가격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닭고기 가격의 약세는 곧 계열업체들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 있고, 계열업체의 경영악화는 곧 소속 농가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육계산업 전체가 침체기로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종계의 무분별한 생산연장을 자제하고, 계열업체의 도계물량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등 부디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육계산업에도 고생 끝에 ‘낙(樂)’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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