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축산물에 대한 공세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수입 축산물 매장 전경.

지난 18일 오후 4시경, 충남 보령시의 한 대형유통매장의 축산물 판매코너에선 호주산 소고기 특별판매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투입된 3명의 판매원들은 즉석구이 시식을 통한 호객활동으로 분주했다. 가격은 호주냉장 척아이롤 600g에 1만38원, 치맛살 및 갈비살은 1만6023원, 최고급부위라는 ‘와규’ 갈비살은 600g당 2만5680원에 팔렸다.
 

바로 곁에 있는 부스의 미국산 소고기는 프라임급 꽃등심이 600g당 1만7880원에 판매됐다. 국내산 소고기가 등심 600g당 3만6000원선에 판매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석 시식에 참여한 젊은 소비자들이 ‘맛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게 못 마땅한 듯 한 중년의 소비자는 “굽는 불판이 좋아서 그렇지 뭘 그리 맛이 좋아”라며 분위기를 누그려 뜨렸다.
 

같은 날 홍성지역의 또 다른 매장의 돼지고기 가격은 600g당 국내산 목살이 1만1800원인 반면 수입은 6900원에, 수입 대패삼겹살은 5000원에 판매됐다. 일반적인 삼겹살 가격이 600g당 1만8000원선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국내산 삼겹살과 한우의 맛 강점에도 불구하고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민경제가 팍팍하고 김영란법에 어수선한 장바구니 물가 등이 어울어져 점점 더 소비자들이 맛보다 가격에 신경을 쓰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돼지고기 70%선, 쇠고기 50%선의 자급율도 지키기가 버겁게 됐으며, 소고기는 50%의 시장을, 돼지고기는 35%의 시장을 수입육에 내주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입육 시장점유율은 18.6% 증가한 반면 국내산 육류 시장점유율은 10% 정도 낮아졌다. 또 2000년 23만8000톤이던 소고기 수입은 지난해 36만2000톤을 늘었고 돼지고기 역시 같은기간 9만6000톤에서 31만9000톤으로 늘었다.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전면 무관세가 실시되는 2026년 이후에는 시장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축산전문가들은 이처럼 수입육 증가세가 이어지는 게 가격경쟁력 문제도 있지만 생산자단체의 안이한 대처와 의식부족, 그리고 불합리한 유통체계 등 개선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때 50만가구에 달했던 양돈농가수가 현재 4750가구로 규모화, 전문화되는 상황속에서 양돈 시장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돼지지육거래에 있어 하루 거래량 기준 5% 미만에다 실제 수요량은 1%수준에 그치는 물량에도 불구하고 대표성을 상실한 탕박 대신 박피경락이 고집되는 데에는 돼지유통 큰손들의 입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 도축장 중 돼지 지육경매처는 전국 6곳 뿐으로 하루 도축량 6만마리 가격을 이들 6곳의 500마리가 대표할 정도로 시장층이 얇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점과 일반음식업소 등 대량수요처인 요식업체가 계속 수입육으로 씀으로서 소비자 입맛이 외국산으로 굳어질 경우 국내산 육류시장의 위축과 붕궤는 시간문제라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따라서 불합리한 돈가 경매제도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양돈생산 규제 및 신규진입 차단에 대비하고 생산자 보호중심의 제도편승을 위해 최근 기업형 축산업체들이 계속 중·소규모 농가의 축사를 사들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예산군 신양면에서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김 모씨는 “최근 5년간 산지 돼지고기값이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근래 시장 돌아가는 걸 가만히 보면 우려 된다”며 “이럴 때 일수록 한돈협회 등 생산자단체들이 더 적극 나서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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