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해남 제주대 교수

스마트폰은 기술과 부품이 모두 좋아야 좋은 제품이 된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품을 잘못 선택하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농산물이라는 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재배기술뿐만 아니라 비료라는 부품을 잘 이해하고 사용해야 좋은 제품이 생산된다.

작물을 키우는 비료 부품은 16개 양분이다. 각 양분마다 저마다의 역할과 기능이 있고 다른 양분이 대신할 수 없다. 스마트폰을 잘 만들기 위해 좋은 부품을 사용해야 하듯이 농산물이라는 제품도 비료를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진리다.

자연에서 주는 양분보다 더 함량이 많은 비료 부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1900년대 전후다. 공기 질소를 이용해 질소비료가 개발됐고, 공룡 뼈의 화석인 인광석을 이용해 인산비료가 개발됐다. 칼리질비료도 실바이트와 같이 칼륨함량이 많은 광물을 이용해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무기질비료가 생산됐다.

질소, 인산, 칼리질비료의 개발은 농업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이기 시작했다. 질소는 세포를 만드는데 기본 부품이다. 작물을 좀 더 크게 하고 생산량도 늘릴 수 있지만 세포를 연약하게 한다. 질소와는 반대로 칼륨은 세포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질소/칼리비를 조절하면서 다양한 NK비료가 개발됐다. 인산은 뿌리가 뻗고 잎을 돋게 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칼슘은 세포 사이의 중엽세포에 존재하면서 조직이나 과일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집을 지을 때 칼륨이 벽돌이라면 칼슘은 벽돌 사이에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그네슘은 태양광을 이용해 당을 만들어내는 집광판과 같다. 황은 맛과 향을 좋게 하는 부품이다.

과일의 모양이나 크기와 관련이 있는 붕소는 미량요소의 대표 주자다. 다른 미량요소는 몇몇 효소작용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이들 부품을 이용해 비료를 제조하는 기술은 단순하다. 식물이 질소, 인산, 칼리가 100이 필요하다면 칼슘, 마그네슘, 황은 10 정도, 미량요소는 1 정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무기질비료의 비율은 질소, 인산, 칼리는 10% 단위, 칼슘, 마그네슘, 황은 1% 단위, 미량요소는 0.1% 단위로 제조한다. 작물에 따라 조금씩 비율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무기질비료업체는 이 비율의 틀을 지키면서 비료를 생산한다.

유기질비료나 퇴비는 토양의 물리성, 미생물 다양성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나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모두 균형 있게 공급하는 것은 힘들다. 21복비(21-17-17)의 양분함량은 55%이다. 이 양분을 유기질비료로 공급하려면 8포대, 퇴비는 18포대나 필요하다. 21복비는 1만원이 조금 넘지만 유기질비료나 퇴비로 공급하려면 6~7배나 소요된다. 칼슘, 마그네슘, 황, 붕소를 공급하는 기능도 낮다. 그러나 자연에서 얻은 재료이므로 안전성이 높다.

미량요소 비료는 말 그대로 일반 질소, 인산, 칼리의 100분의 1 정도로 적은 양을 필요로 한다. 질소, 인산, 칼리가 갖고 있는 생산성을 높이거나 조직을 단단하게 하고 당을 높이거나 맛과 향을 높이는 기능은 없다. 기능성비료는 미량요소비료보다도 역할이 미미하다.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려면 부품이 좋아야 한다. 농산물도 마찬가지다. 무기질비료 없이 생산량을 높이겠다는 것은 신도 못하는 일이다. 유기질·퇴비 없이 토양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말도 이치에 맞지 않다. 미량요소비료로 작물재배의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하면 사기에 해당될 것이다. 기능성비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비율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 작물을 생산하는 부품인 비료를 접근하는 변함없는 진리다. 비료 사용이나 정책도 이 진리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현해남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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