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폭우·폭염에 농작물 피해 속출…수확포기
폭염에 가금류·돼지 폐사…생산성 하락 '울상'
고수온·적조로 유해생물 출현 심각…양식장 '홍역'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는 1973년 이래 최고의 평균기온을 기록하며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다. 올해 역시 극심한 가뭄과 폭우, 폭염 등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와 인공열 등의 증가로 인해 과거에 비해 폭염·폭우·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한 농축수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기후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농축수산업에 미친 영향을 살펴봤다.

▲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봄 가뭄현상은 최근 4년 째 지속되고 있다.

■ 이상기후의 원인은

이상기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점점 더 자주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으로 지난해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14.94℃로,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가장 높은 평균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학자들은 이같은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엘니뇨와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다.

엘니뇨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태평양 적도부근 남미해안으로부터 중태평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2∼7년마다 불규칙하게 발생하는데 주로 9월에서 다음해 3월 사이에 발생한다. 그러나 엘니뇨는 지난 1998년에 발생한 뒤 지금까지 잠잠한 상태여서 최근 발생하는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농수축산업 미친 영향

# 우박·폭우·폭염으로 노지·시설재배 농작물 피해 극심

▲ 갑자기 내린 우박으로 피해를 입은 농업인이 착잡한 모습으로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우박, 집중호우, 가뭄, 폭염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우박으로 인한 피해면적은 총 8734ha에 달하며 골프공만한 우박이 떨어져 노지 뿐만 아니라 시설하우스 피해도 심각했다. 지난달 내린 폭우로 전북 익산의 수박하우스는 약 70%가 침수됐다. 또한 오이 주산지로 유명한 천안 아우네 지역은 오이 시설하우스 200여동이 침수돼 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당시 충청, 전북, 경북지역에 내린 최고 300mm의 호우로 오이, 수박,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던 시설하우스는 물바다가 됐다.

경북 준고랭지 지역에서 배추를 재배하던 농업인은 토사가 배추밭을 뒤덮어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가뭄, 이후 폭우, 폭염은 준고랭지 배추, 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출하된 준고랭지 배추의 경우 무름병으로 인한 피해로 최소 30%에서 최대 60%까지 포전 수확을 하지 못했다. 고랭지 배추도 최근 며칠 동안의 폭염으로 순무모자이크병이 발생, 품위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 축산 가금류 중심으로 폭염 피해 지속

축산의 경우 축종별로는 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닭은 특성상 깃털로 덮여있고 땀샘이 발달되지 않아 외부온도가 30℃가 넘어가면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집단폐사로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폭우나 가뭄보다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NH손해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폐사한 가금류는 555만9000마리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기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면서 집단폐사의 위험도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올해 폐사한 가금류가 277만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닭이 269만10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오리가 5만7000마리, 메추리는 2만마리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AI(조류인플루엔자)로 산란계가 대량 살처분되면서 계란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폐사로 계란가격 하락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적지 않은 가금류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피해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낙농업계는 무더위와 온도변화에 따른 대응책이 미리부터 마련돼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생산량은 무더위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로 전국 원유생산량을 보면 매년 8월은 일평균 원유생산량보다 100톤 이상 낮은 편이다. 무더위가 기성을 부렸던 지난해 8월은 5376톤으로 일평균 원유생산량이 5655톤보다  300톤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폐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 돼지도 땀샘이 없어 체온을 대부분 호흡을 통해 조절해야 해 여름철 고온 다습한 환경은 스트레스로 작용, 생산성 저하에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돼지 생산성 문제 외에도 여름철 양돈장 밀폐공간에서 정화조의 돈분을 제거하거나 청소하는 작업 중 황화수소(H2S)에 의한 질식사고도 발생하고 있어 폭염에 따른 양돈장 관계자의 안전 역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고온 스트레스 환경에서 돼지는 비육돈의 경우 사료섭취량이 최대 30%까지 감소하고, 포유모돈의 경우 유생산량이 감소하고, 자돈 이유체중 감소, 폐사율 증가 등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웅돈의 경우 정자생성에 많은 영향을 미쳐 29℃ 이상의 조건에선 정자수가 정상적인 수태율을 위한 최소 요구조건을 밑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혹서기 피해는 돼지 생산성 문제 외에도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쳐 지난 5월 경북 군위 양돈장 정화조 청소작업 중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 고수온·적조·모자반 등 수온변화로 양식어업 직격타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분야의 피해는 연근해의 수온변화에 기인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 해역의 표층수온은 1968년 이후 약 1.28°C가량 상승했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43°C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으며 서해 1.26°C, 남해 1.01°C의 순이다. 이같은 수온 상승은 동일기간 전세계의 수온상승폭인 0.47°C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수온이 상승하면서 적조발생과 고수온에 따른 직접적 피해가 이어지고 있으며, 연근해 어종의 변화, 유해 해조류와 생물의 출현 등에 따른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1995년 이후부터는 거의 매년 적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해마다 적게는 수억원 대에서 많게는 700억원대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고수온 피해 역시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사상 유례 없는 수준의 폭염으로 전복, 우력 등 양식수산물 6000만마리가 폐사, 531억원의 피해를 입힌 바 있다. 올해에는 동해안 수역의 수온이 평년대비 7°C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동해안과 남해안, 제주 일대에서 양식수산물의 폐사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고수온, 적조와 함께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은 유해생물의 출현이다.

지난 5월부터는 중국해역에서 괭생이모자반이 밀려들어오면서 제주와 남해안 지역이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유입되면서 전남과 제주일대에 위치한 양식장들에서는 양식생물의 생산성이 급락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한 괭생이모자반이 선박 스크루에 감겨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있는데, 지난 6월에는 스크루에 걸린 괭생이모자반을 제거하던 잠수부가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김봉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 없이 현재의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RCT8.5시나리오대로 간다면 2100년경에는 양식적지가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양식어종이 달라지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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