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달걀인가. 피프로닐(Fipronil) 비펜트린(Bifenthrin) 농약성분 검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무농약, 친환경, 자연농법의 신임도가 추락할 위기다. 특히 축산업 가축질병파장이 커지는 판에 축산업의 꿈을 논하기가 무망하지만 나는 오늘 한줄기 밝은 빛줄기를 소개한다.

현재 국내 축산업의 1번 화두는 질병 없는 사육과 동물복지다. 물론 악취와 항생물질, 농약, 유통왜곡, 분뇨처리 ,주민갈등 등 여러 가지 산적한 현안들이 있겠으나 제일 중요한 화두는 역시 질병, 복지라는 말이다. 마침 복지를 말하자니 최근 문재인 정부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구복지가 오버랩되기는 하지만 그 문제와는 전혀 별개인 축산업에 국한한 동물복지문제로 소·돼지·닭 등 우리의 단백질공급원인 가축들의 한평생에 관한 얘기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축질병과 동물복지 문제는 60~70년대의 사양구조와 급이시스템으로 회귀하면 두가지를 동시 잡을 수 있다는 정답을 도출해낼 수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 이미 축산업은 모든 것이 21세기 기법으로 바뀌었고 진일보한 프레임이 딱 짜여져 있다. 양복입고 미니 입는 현세의 청춘들에게 망건 쓰고 솜바지로 돌아가라면 할 수 있겠나.

필자는 오늘 규모가 크지 않은 한 도축장에서 축산업의 꿈을 확인했다. 소·돼지의 최후순간에 감히 ‘존엄’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즉 소의 존엄사, 돼지의 존엄사라는 말이 성립되는냐 하는 거다. 그런데 충남 논산에 있는 화정식품이라는 도축장의 김명수 사장은 이런 존엄사에 가까운 도축방법을 구현해 나가고 있었다.

인간의 생애 마지막 장면도 조용히 미소 짓는 얼굴로 영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임종이라는데 김 사장은 돼지가 웃는 마지막 모습의 사진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도축장 안에서 특유의 퀘퀘한 악취가 전혀 안 나는 도축장, 생체반입부터 계류 도살 등 소 18단계, 돼지 27단계 작업 전 과정을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즉 동물복지에 맞춘 시스템을 구사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겠다.

풀내음 나는 도축장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화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작고 강한 이 도축장엔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축산 대기업 관계자들과 대학 교수진 등 수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온다. ‘드림컴 투루’ 축산업의 꿈을 확인하는 현장인 셈이다.

40년 가업이 이제 3대로 대물림될 양이다. 모든 것이 의지 문제이다. 수천만마리의 닭을 쓸어 넣고 수만마리 돼지를 매몰처리하며 수조원씩 혈세를 낭비하는 가축 전염병을 ‘화정’의 정신을 반의 반이라도 갖고 ‘업’에 종사한다면 현저한 진일보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동물복지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은 나름대로는 “해 줄 만큼 해주고 있다” 우긴다. 생명산업이라 해서 각종 지원 융자 교육 환원 등 도 많이 해주고 있다. 지금 한국 축산업은 세대교체 과정에서 여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절대 부정적은 아니다.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의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꿈을 이루려는 열정어린 축산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고무적이다. 된다는 의식 하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고지는 바로 저기, 조금 더 힘을 실어줘 보자.

케이지, 밀집, 가스, 악취 등 부정적인 단어는 들어보지 못할 정도의 청정 축산 복지농장을 이뤄 나갈 그런 한국 축산업의 장래를 그려보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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