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일 강원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

살충제 계란 사태로 다시금 우리의 식생활은 윤택해지고 편리해졌지만 우리의 먹거리와 식생활이 안심할 수 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먹거리인 식품의 부가가치는 브랜드 상품화나 명품화 등의 차별화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안전성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식품의 안전성은 농민의 의식개혁을 기반으로 생산·유통측면에서의 안전성확보를 위해 취해지는 각종 조치와 식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의식개혁에 의해 크게 개선된다. 벌레 먹은 농산물은 기피하고 겉으로 보기 좋고 매끈하게 만들어진 농산물, 명품으로 포장된 농산물을 선호하면서도 값싼 농축산물을 요구하는 등의 소비성향은 결국 농약과 화학비료 등의 다량 사용을 생산자인 농민에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이러한 관계의 반복은 지역의 자연과 공생하면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고 토양 및 수질 보전, 보건휴양, 국토의 아름다운 경관유지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농업의 본질적 중요한 기능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킨다.

넓은 의미에서 먹거리의 안전성은 독성이나 병원성, 이물질의 혼입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의 섭취로 보다 건전한 심신의 활동이 보장되고 풍요로운 생활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먹거리가 균일화나 획일화된 상태로 생산되거나 특정 지역에서의 집중 생산되는 규모확대 중심의 농업생산방식은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지역이나 국가 고유의 문화적인 다양성을 상실케 해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농업이 조직화, 전문화, 집중화 및 균일화만 추구한다면 안전한 농축산물 생산과 고유의 농촌 문화를 유지하며 발전 계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제 합리주의 입장에서 보면 규모화나 기계화를 통한 생산성과 소득향상이 타당하지만 한정돼 있는 면적의 농지에 고도의 수단을 도입하는 순간 지금까지 같이 농사를 짓고 아름다운 농촌을 지키며 동고동락하던 나의 이웃이었던 소규모 농가는 망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농업에서 생산성을 강조하면 일부의 기업농만 남게 되며 그 대가로 대다수의 패자를 만들고 먹거리 공급에 결정적인 차질을 만드는 등 또 다른 사회적인 문제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농업이 기여하는 지속성·영속성이라는 소중한 특성과 우리의 농촌의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때 그 가치를 발휘한다.

이러한 농업의 다양한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대학교수 및 연구자는 다양한 기술연구가 오히려 인간이나 자연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은 없었는지 과감히 돌아봐야 하고 정책관계자들은 정책사업의 성공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에 업무의 성격을 명확히 파악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농업종사자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국민 모두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농축산물을 생산해야 한다. 소비자는 고품질의 농축산물을 값싸게 사겠다는 것보다는 합리적이고 적정한 가격에 사겠다는 소비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환경농업이라는 것도 경쟁과 수출을 전제로 한다면 이미 환경농업일 수 없으며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이라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허물어져가는 농업이 이 지경으로 될 때까지 농업을 운운하며 호구지책 해결을 위해 이 나라의 넘쳐나는 농업전문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라는 어느 책의 문장이 농학계교수인 나를 부끄럽게 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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