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쌀 관련 6개 단체가 지난 4일 2016년산 구곡 격리를 강력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4년간 연속된 풍년으로 쌀값이 하락해 농업인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데다 농협 및 민간 RPC의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등 쌀 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쌀 수급조절과 쌀 농업의 구조적 개선, 법률정비 등 중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지만 급한 불을 끄는 단기적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연속된 쌀 수급불균형으로 최근 4년간 산지쌀값이 하락해 20년전 수준으로 돌아간 점을 고려해 볼 때 쌀 생산 농업인의 소득감소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지난달 25일 현재 80kg 기준 산지쌀값은 13만967원을 기록해 정부가 생각하는 적정수준(15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RPC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40kg 기준 6만3000원에 수매한 쌀을 4만원대에 시장에 푸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 심각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 더욱이 올 수확기에 생산되는 쌀을 수매하기 위해서는 창고를 비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더욱 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국민 주식으로서의 의미와 농업인의 최대 수익원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쌀 산업의 위기를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재 쌀 산업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생산조절대책과 소비확대, 재고처리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구곡격리 및 신곡격리량 확대를 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쌀 적정가격 회복을 약속했고,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같은 약속을 반복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남아있는 2016년산 구곡의 시장격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신곡이 출하되고 있는데다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있어 구곡은 그 양에 관계없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곡의 시장격리 물량 확대와 격리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같은 예산을 쓰고서도 격리 시점을 맞추지 못해 효과가 반감된 전례를 놓고 볼 때 좌고우면하다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쌀 생산농가의 소득감소, RPC의 경영악화,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등 쌀 산업을 둘러싼 악재가 정부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이 정부의 불신을 해소하고 쌀 산업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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