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R 한우갈비찜·지역맛집과 협업한 돼지불백세트도 '눈길'

장기적 소비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선물세트도 변하고 있다. 가성비, 저가 상품 구색 강화, 소용량 상품 제작 등이 변화를 주도하는 키워드다. 정통 선물세트에서 특화상품으로 선물세트 수요가 이동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로 선물세트의 문화도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선물세트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2017년 추석을 앞두고, 축산식품 관련 선물세트의 변화를 살펴봤다.

▲ 김영란법 도입 후 첫 추석이지만 예행연습을 마친 유통업계는 한우 가격 인하에 따라 한우 상품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시대에 따라 변하는 축산물 선물세트
2007년 축산물 선물세트 시장에는 웰빙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유기농 상품이 주를 이뤘다. 2008년과 2009년에는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가공세트와 저가 중심의 실속형 세트가 인기를 누렸다. 2009년에는 이마트 축산 부문에서 미국산 LA갈비 세트가 처음 등장해 가성비 좋은 세트로 인기를 얻었다.

2010년 이후부터는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 행태를 타고 명절 제수 고기 선물세트와 실속을 강조한 농식품과 축산식품을 결합한 혼합세트, 실속형을 넘어선 저가 선물세트가 대거 등장했다.

특히 축산물 선물세트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지난해다. 대형할인점과 달리 백화점에서는 5만원 미만의 명절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5%도 채 안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5만원 미만의 상품군이 대폭 늘었다.

식품기업의 가공식품 세트와 양말 등의 기호품에 불과하던 5만원 미만의 상품군이 한우, 굴비 등에서도 세트 구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전통적인 인기 선물세트인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가공상품군에서 프리미엄 제품이 등장했다. 햄과 소시지 등의 가공육 제품을 중심으로 5만원 미만의 프리미엄 선물세트가 구성됐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실속·저가 선물세 트가 중심인 대형마트에서 100만원대의 한우 선물세트가 한정판으로 등장해 완판됐다. 축 산물+와인, 수산물+와인 등 프리미엄 카테 고리를 결합한 콜레보레이션 선물세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 2017년 추석 김영란법 대응 상품 준비
올해는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첫 추석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때 이미 예행연습을 거쳤기 때문이다.

축산물 선물세트는 김영란법에 대응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 설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김영란법에 대응하는 실속형 축산물 소비 경진대회가 열렸다. 등심 300g, 앞다리 300g 사태 300g으로 구성한 1kg 미만 선물세트 등 이다.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대구축산농협의 팔공상강한우는 당시 설을 앞두고 1500여 세트가 판매되면서 73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따라서 올 추석에도 등심을 제외하고 불고기, 국거리, 사태 등으로 1kg 이하 선물세트를 구성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롯데마트가 준비한 '서동한우 냉장 드라이에이징 실속세트'

# 유통업태별 선물세트 전략
올해 추석은 윤달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조금 늦게 찾아오지만 다음달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0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다. 이같은 황금연휴를 적절히 활용키 위해 유통업체들은 추석 선물세트 구성과 판매 전략에 고심이다.

특히 한우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한우 상품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저렴한 한우 가격에 소비자들이 대표 명절 선물세트인 한우를 많이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따라서 유통업체들은 프리미엄 상품부터 10만원대 실속세트까지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최대 30% 가량 더 확대했다.

백화점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과 1~2인 가족 구성의 증가와 같은 트렌드에 맞춰 이색 아이디어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가정간편식(HMR) ‘한우갈비찜’을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완전 조리된 한우갈비찜을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포장했다. 또 지역 맛집과 손잡고 출시한 ‘쌍다리 돼지불백 세트’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역 맛집과 협업한 탄생한 돼지고기 선물세트를 통해 가격은 낮추고 맛은 높여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가격은 낮지만 평소에 소비자들이 접하지 못했던 스페인 이베리코 반도의 목초지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를 먹고 자란 흑돼지 ‘이베리코 돼지고기’ 등을 신선식품 선물세트로 마련했다. 또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협약을 맺어 스테이크용 한우로 구성된 ‘백종원 우리한우세트’도 준비했다.

AK PLAZA는 1kg 이하의 소포장 한우 세트로 구성, 5만원 미만의 한우세트를 선보인다.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주고받는 선물세트는 5만원 미만의 소용량 세트라고 판단한 것이다. AK PLAZA 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관련이 없는 B2C 소비자들조차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지난해 추석에는 2015년보다 축산 선물세트 매출이 20~30% 가까이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게까지 떨어지지 않고 지난해와 거의 동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한우 가격이 15~20% 가까이 떨어져 축산의 소비도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AK PLAZA에서 선보인 진공포장 멀티박 한우 선물세트도 구성하는 등 한우 선물세트의 선택폭을 넓혔다.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사전판매 확대에 주력했다. 사전예약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대폭 할인을 적용해 본예약 선물세트와 차별화를 둔 것이다.

특히 평년보다 저렴한 한우를 앞세운 선물세트가 눈에 띄는데 롯데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대표 상품으로 ‘서동한우 냉장 드라이에이징 실속세트’를 내세우고 있으며, 이마트도 갈비, 등심 등 인기 한우 선물세트 11종을 작년보다 최소 10%에서 최대 30% 싸게 판매한다.

편의점도 추석 선물세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편의점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추석 선물세트 구성도 생필품을 넘어 돼지고기에서부터 한우고기까지 점점 다양해 지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가구나 혼밥족 등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보다 다양한 소비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면서 “본예약보다 할인폭인 더 큰 사전예약이 대폭 늘어나는가 하면 할인쿠폰 등을 적용할 수 있는 온라인이나 편의점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하고 있는 소비층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