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농업인 컨트롤 시스템 '급선무'
투명경영 실현…연합사업 참여도 제고를

판매농협의 핵심으로 연합사업이 꼽히고 있고, 연합사업이 추진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기대와는 달리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조직화·규모화 미비로 인한 시장교섭력 제고 한계와 마케팅 능력 한계 등이 꼽히고 있다.

#산지조직화 ‘걸림돌’ 

연합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산지조직화가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으나, 산지 농업인의 자발·적극적 참여노력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 농업인 차원에서 확보한 유통채널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가 쉽지 않고 메뉴얼화된 재배방법을 따르기보다 관행농법을 고집하는 농가가 많아서다. 또 공동선별·공동계산 등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연합사업 참여를 주저하거나 조직화를 이탈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양승룡 고려대 교수는 “연합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농업인들이 근시안적인 사고로 당장의 이익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무임승차자도 발생해 사업 추진 주체들이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안양대 교수는 ‘시스템 부재’를 꼽았다. 김 교수는 “각 조합별로 농가·농업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못한 채 연합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조합 간 협동의식 부재가 산지조직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호중 (사)자치와협동 사무국장은 “조합 간 협동 의식이 낮아 조합 간 사업 중복 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판매사업에서도 조합원에 더 높은 수취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조합 자체 실적을 높이는 데 안주하는 경향이 많다”며 “조합원들이 조합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도 조직화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케팅 한계

농협이 대외마케팅을 통해 롯데마트,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농산물을 공급하면서 가격교섭력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합 간 판매경쟁 심화로 ‘제 살 깎아먹기 식’ 거래가 이뤄져 가격교섭력을 갖긴 커녕 대형유통업체가 ‘갑’ 행세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 교수는 “동일 시·군, 인접 시·군 간 동일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물량에 대한 의사결정을 연합사업단에서 내리고 시장에 공동 대응해야 하나 조직화 미진으로 연합사업 취급 물량이 적어 대형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가격교섭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위주로 소비지 유통을 장악하려는 사업 방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양 교수는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편의점과 온라인마케팅이 소비지유통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대형마트 위주의 사업방향 설정은 잘못됐다”며 “농협 조직은 협동조합 특성상 민간마트처럼 다양한 가격 전략이나 판촉활동을 펼치기 어려워 소비지 가격 경쟁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개선 방안은 무엇일까.

이 사무국장은 ”조합원의 사업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운영 공개로 투명 경영을 실현하고 지역여건에 맞는 품목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시장교섭력을 가질 수 있는 규모로 생산자를 조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친환경 등을 부각한 브랜드 마케팅을 펼친다면 농협이라는 브랜드가 도시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일정 부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기초 단위에서부터 농가들을 책임감있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선돼야 하며 농업인들에게 연합사업 참여로 인한 이점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인식시켜 참여도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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