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의 길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는 지난 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진정한 농정개혁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농업·농촌의 길 2017' 심포지엄<사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개방화시대에 농업·농촌의 존재이유에 대한 원초적인 질의에서 시작해 향후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가치론을 중심으로 한 농정개혁으로 가는 길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정환 GS&J 이사장은 “농업은 수입품으로 대체할 수 없는 농산물을 생산해 상품화하고 지역의 자연 및 문화를 결합, 다른 것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 환경보전 등 다원적 기능을 생산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존재의 이유가 있다”며 농정전환의 페러다임을 시사했다.

[Part 1] 한국농업과 농정, 새판을 짜야한다

농업 비전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기 때문에 농정 목표도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수출’하는 데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농업’을 구현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정환 GS&J이사장은 ‘농업·농촌의 혁신과 농정개혁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제까지의 농업정책은 지원사업 중심이었으나 생산할 상품과 서비스, 생산 및 유통방법, 이를 담당할 경영체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선택되고 정부는 경영체가 스스로 선택해 투자하고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한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농정은 의욕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해소하고 농업과 농업 경영체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조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정의했다.

농업의 GDP(국내총생산) 성장 기여도가 미미하고 농식품 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세계 모든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은 만큼 존재이유가 명확한 농업·농촌으로 진화해야 하고 농정은 그러한 농업·농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농촌의 혁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가치사슬경영 혁신, 다각화경영 혁신, 공공재산업화 혁신 등을 농업·농촌 혁신의 대주제로 꼽았다.

가치사슬경영 혁신으로 수입품으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치사슬 전 과정 중 되도록 많은 부분을 생산자 조직이 담당해 농가소득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의 자연과 환경에 결합, 문화서비스 상품화하는 다각화 경영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농업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환경 생태 보전의 다원적 기능을 생산하는 공공재 산업화에 대한 혁신도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다원적 기능을 직불제 방식으로 정부가 보상하고 가격변동위험을 완화시켜주는 직불제가 정비돼 농업이 공공재 산업으로 지속가능해지고 농업·농촌의 소득원으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art 2] 농촌, 고부가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만들자

농촌을 고부가가치 창출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 공간을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다양한 가치와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 중심의 공간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류왕보 베티카(주) 대표는 ‘농촌 공간의 가치 증대를 위한 전략’ 주제발표를 통해 농촌을 단순히 농업이 이뤄지는 장소로 보고 농촌이 보유한 장소의 다양성, 포괄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이 농업·농촌 지원 정책의 한계라고 지적하며 이 같이 밝혔다.

류 대표에 따르면 우리 농업은 국가경제에서의 비중과 산업적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동시에 경지면적과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면 농업·농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농산물 가격에 초점을 둔 채 농가소득과 후계농업인 육성에 집중돼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업의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태도의 변화로 농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사회적으로 농업·농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어나는 등 농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만으로는 농촌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기존 농업·농촌 정책과 관련해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농촌 공간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나 인근 도시 및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등 농촌이 보유한 장소의 다양성, 포괄성 등에 대한 이해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사업과 정책이 농촌사회에 미칠 궁극적인 변화를 간과하고 사업의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성과에 매몰돼 변화하는 농촌 패러다임에 대응하지 못한 채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이에 따라 새로운 농촌 공간 재창조 패러다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자발성을 지닌 공동체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 발전은 물론 사회와 환경의 질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촌개발을 물리적 재개발에서 나아가 농촌의 근본적 문제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농촌 공간의 가치 증대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주민이 주도해 정부나 기업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농촌 공간에서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다양한 가치와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 중심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Part 3] 우리 농식품 가치사슬 길이 짧고 단순, 농식품 가치사슬 혁신전략 세워야

우리농업의 가치사슬은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선진국 농업에 비해 가치사슬의 연결구조가 단순해 농식품 가치사슬 혁신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박성재 순천대 교수는 ‘농식품 가치사슬 혁신 전략’을 통해 “선진국 농업은 수출비중이 높고 농가, 협동조합, 기업들이 계약 또는 전략적 제휴, 수직적·수평적 통합관계와 직접적인 R&D(연구개발)운영, 마케팅 등 지원활동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가치사슬의 길이가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반면 우리농업의 가치사슬은 주로 생산·유통·가공·판매의 유통단계 기능 중심으로 이뤄지고 R&D, 조직화, 홍보·마케팅 등의 보조지원활동의 비중이 약하고 밀착도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생산자에게는 소비자의 정보가 부족하고 소비자는 믿을만한 생산정보가 부족해 가치사슬의 효율적인 작동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비자 정보에 기초해 생산하는 정도가 낮아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충분히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기에 적절한 양을 공급할 수 있는 채널도 충분히 구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품목별로 가치사슬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생산자조직 또는 기업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가치사슬 간의 연계에서 협력과 조정이 극히 미약하다”며 “농업선진국은 생산자 협동조합이 생산과 유통·가공의 주체가 돼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가치사슬 전반을 일관되고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에 따라 우리 농업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정보에 기반한 소통, R&D 기반의 기술혁신, 협력과 조정을 위한 연합과 네트워킹 등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소비자와 공감하는 공급사슬 구축을 지향하는 소통의 혁신과 과감한 R&D로 소비자의 니즈는 물론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공급능력을 확보하는 기술 혁신 등이 요구된다”며 “가치사슬 내의 거래상대방 또는 경쟁자 간의 이해충돌을 지양하고, 협동과 조정으로 정보소통과 가치창출을 증대하는 동시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연합과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art 4] 직접지불제도, 확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직불제는 많은 종류에 비해 정책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개별 농업 직불제도를 일부 수정·보완해 나가기보다 통합적 관점에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임정빈 서울대 교수는 ‘직접지불제도, 확 바꾸어야 한다’ 주제발표를 통해 주요 농작물의 가격·소득 변동위험을 완화시켜주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농업직불제를 정비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농업직불제에 대한 문제점으로 △논 농업 또는 쌀 중심 실시 △농업직불제의 농가소득 기여 효과 미흡 △다수의 개별 직불금으로 구성돼 통합 시행·관리되지 못하고 농가소득 기여도가 낮음에도 농가에 너무 많은 농업직불금이 수혜된다는 오해·불신 존재 △농업직불제도별 구체적 의무이행 조건과 지역적 특성 감안한 차별성 고려 미흡 △농가의 직불제 수령을 위한 이행조건 준수 모니터링 시스템 부족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확산을 위한 공익형 직불제 부족 등을 꼽았다. 

이에 임 교수는 농업직불제가 가격변동 직불제와 공익형 직불제를 확충해 한국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근본적 생태계를 구축키 위한 방향으로 새롭게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가격변동 직불제와 관련해선 △쌀 변동직불과 FTA(자유무역협정) 피해보전직불을 ‘가격변동대응 직불’로 통합하고 정책대상품목을 주요 농산물로 확장 △당년 재배작물과 관계없이 기준연도 재배면적에 따라 지급하는 생산비연계 방식으로 전환 △쌀에 대한 특례조치(내년 이후 새 목표가격은 타 작물과 달리 현 규정대로 산정, 쌀 목표가격 갱신주기 늘리는 대신 재고율에 따라 기준 가격 인하, 시장격리 하지 않기) 등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아울러 공익형 농업직불제에 대해서는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 수행 △일부 공익형 직불제 체제를 기본지불과 목적 특정형 가산지불의 두 축으로 정비 △지자체와 협력해 농가와 지역 특성을 감안한 공모형의 다양한 공익형 직불제 유형 개발·시행 △최대한 지자체 책임 아래 주민협력체 중심 시행 △지방정부의 역할·책임 강화 △공익형 직불 프로그램별로 가시적인 평가지표 개발·적용 △합리적 이행조건 설정과 정당한 지불단가 제공 △이행조건 점검 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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