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단수증가 '바닥세'
포전계약 유통인 연락 안 되기도…
건고추·마늘, 생육저하로 '강세'
수입 농산물 찾는 소비자 늘 것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된 가운데 배추와 무 가격은 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 단수 증가 등으로 바닥세를 형성하는 반면 건고추, 마늘 등의 양념채소 가격은 높아 수입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재배농업인, 산지유통인, 저장유통인에 따르면 김장용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재배면적 증가에 기상호조로 단수까지 늘면서 배추도매가격은 10kg 상품기준 4000원 정도로 예상된다. 손익분기점이 5000~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농업인을 비롯한 산지유통인들은 배추를 출하하면 할수록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최근 들어 가을배추 포전 계약을 한 산지유통인들이 연락이 안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는 없어서 못 팔았지만 올해는 포전물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일부 농업인들은 농협에서 조차 계약을 꺼려 자체 폐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충남 아산에서 배추를 재배하는 한 농업인은 “올해는 포전마다 배추물량이 넘쳐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심”이라며 “지난해 연락이 쇄도했던 산지유통인들이 올해는 연락조차 없다”고 밝혔다.

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시장격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배면적과 단수가 늘다보니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가락시장 유통인들의 전언이다.

김명배 대아청과 기획팀장은 “단기적으로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이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전체 김장 성수기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김장 성수기 무 가격이 18kg 상품기준 6000~7000원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격이면 농가에서 남는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건고추는 여름철 잦은 강우로 인한 병해로 지난해 대비 생육이 좋지 않고 재배면적까지 줄어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5~28%까지 적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 축제에서도 고춧가루 판매를 줄이고 있으며 저온저장고에 입고한 후 시장가격이 더 오르길 바라는 유통업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김원태 농경연 양념채소팀장은 “건고추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구매를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으며 국산 고춧가루 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고추 수입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에서도 재고량을 풀고 있지만 고춧가루는 600g 화건기준 1만2500원 정도는 형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마늘은 지난해보다 재고가 늘었음에도 김장철 수요 증가로 지난달보다 높은 1kg 상품 기준 6900원 정도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마늘가격이 급등하다보니 저장유통업자들은 입고물량을 언제 풀지 시장가격을 주시하고 있다.

건고추와 마늘가격이 높게 형성됨에 따라 전체 김장가격은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한 24만원 정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파는 지난달 도매시장 가격이 낮게 형성돼 출하를 늦춘 물량이 이달 몰리면서 가격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요로 중소형 마트, 대형유통업체 등 할인행사와 일반소비가 늘겠지만 물량도 많다. 이에 따라 대파도 배추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연락을 회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영권 한국청과 영업팀 부장은 “산지유통인들이 이상기후로 인해 병해충 등의 발생이 늘 것으로 예상해 조기에 계약을 하려고 했지만 기상호조로 단수가 늘자 계약하길 꺼려하고 있다”며 “가락시장 중도매인들도 제 때 판매를 하지 못해 재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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