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준 유해성 평가·노출독성 연구 실시돼야
네오니코티노이드 편익성 有…문제는 리스크 관리

▲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네오니코티노이드의 해석을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있다.

국내 살충제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에 대한 꿀벌 위해성 논란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EU(유럽연합)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EPA(환경청)에서는 우려할 수준의 노출은 발생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는 등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꿀벌 위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을 초청, 우리 현실에 맞는 접근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편집자 주>

△일  시 : 2017. 11. 10(금) 14:00~16:00
△장  소 : 농수축산신문사 회의실
△주  최 : 농수축산신문
△좌  장 :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토론자 : 김경선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장, 김정한 서울대 교수, 이종태 경기동부과수농협 조합장, 정철의 한국양봉학회 부회장(안동대 교수),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이사 <가나다 순>
△정  리 : 이한태·박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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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선임연구위원 = 우선 네오니코티노이드가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됐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김경선 과장 =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담배 추출물인 니코틴에서 개발돼 사용되고 있으며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 수용체와 결합해 해충을 죽이는 작용기작을 가진다. 국내에서는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클로티아니닌, 디노테퓨란, 아세타미프리드, 티아클로프리드 등이 사용되고 있고, 우리나라 살충제 시장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정철의 부회장 =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1900년대 개발된 약제다. 약제에 대한 이슈가 제기된 배경은 미국 일리노이드에서 꿀벌들이 갑자기 실종된 사건 때문인데,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바이러스 등 질병, 먹이, 영양 구조 등과 함께 농약이 원인과 관련된 이슈로 제기됐다. 이후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섭취한 꿀벌에게서 학습능력, 기억력 감퇴 증상이 나타나면서 보다 깊은 연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가 북미와 일부 유럽 국가에 국한돼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등 국가나 지역마다 차이가 나고 있다. 다만 최근 꿀벌의 월동 성공률 등의 지표를 통해 확인해 볼 때 벌들이 살기에 환경이 나빠졌다는 데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니코티노이드 때문에 꿀벌이 갑자기 실종된 것인지에 대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강창용 선임연구위원 =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정철의 부회장 = 양봉 업계나 학계에서 이 문제 때문에 사례를 모아보려 했지만 아직까지 꿀벌의 농약 중독 정보가 모아진 것은 없었다. 몇 해 전 김정한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을 때도 판단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도의 자료를 모으질 못 했다. 또한 꿀벌의 농약 중독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은 사과 과수원 근처에서 개화기인데 이 때 네오니코티노이드뿐만 아니라 적화제인 카바메이트 계열도 많이 사용된다.

△김정한 교수 = 2014년도에 연구를 진행했는데 분석법 개발까지 끝난 상태에서 연구가 중단됐다. 사실 독성의 실내실험은 어느 정도 표준화가 이뤄졌지만 노출량 등 야외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결과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외에 많은 성분이 검출돼 꿀벌의 활동 반경이 매우 넓다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다. 연구가 중단되지 않고 진행됐으면 많은 양의 노출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김경선 과장 = 우리나라에서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열 3가지에 대해서 소규모 포장시험과 꿀벌에 대한 영향, 치사, 봉분밀도는 물론 화분과 유충 잔류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해 '상관관계가 약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미국과 EU의 종합적인 평가가 나온 이후로 조치를 보류하고, 우선 추가등록을 받지 않고 표시기준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창용 선임연구위원 = 정부에서도 해봤지만 유럽 등의 발표를 더 믿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은 농업형태나 농지규모, 농법, 약제처리 방식 등이 다른데 외국 평가만을 의존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조성필 이사 = 정보의 왜곡도 있다고 본다. 사이언스지에서는 헝가리, 독일, 영국 등 유럽지역 258개 포인트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242개 포인트에서는 영향이 없고, 7개 포인트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반면 단 9개 포인트에서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마치 3.5%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해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밝힌 헝가리나 영국은 환경이 매우 안 좋았던 시기였다는 점도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약제에 대한 오해를 낳고 있다. 아울러 EU에서 결론은 내리지 못하는 데는 실험방법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결과와 방식을 매칭 시켰지만 시험법이 합리적이지 않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올해만 세 번이나 발표를 미룬 것이다.

△정철의 부회장 = 우리나라에서의 야외 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사실 우리가 얘기하는 과학적인 증거가 상당히 객관적이지 않을 수가 있기 때문에 과학적 근거가 쌓여야 한다. 결과가 단편적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같은 경우는 우리 농업에서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밀착형 약제다. 다른 나라 정보를 보고 결정하기에는 노출 패턴이나 경로의 차이가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유해성 평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종태 조합장 = 실제로 농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개충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개화시기에는 완전히 결실이 맺어지고, 유과기가 되기 전까지 과수원에서 살충제를 쓰지 않고 있다. 양봉업자들을 통해 벌을 갖다 놓기도 한다. 충분히 꿀벌 등 매개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네오니코티노이드의 경우 24%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약제다 보니 당장 없어진다면 농업인의 생산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설령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실종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대체 약제가 필요하다. 내성, 저항성 등의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가 가장 효과적인 만큼 비싸지 않고, 자연생태계에도 좋은 약제 개발과 규제가 같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조성필 이사 = 2013년 EU의 경제성 평가에서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등의 국가가 네오니코티노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약제를 활용해보니 처리횟수, 방제비용 등이 40~60%까지 증가했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진딧물, 가루이, 총채벌레는 물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선녀벌레, 꽃매미 등 돌발해충에도 효과가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만큼 효과적이면서 비싸지 않은 약제는 없다.

△김정한 교수 = 네오니코티노이드의 편익은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분진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우리 나름의 평가 방법과 이를 위한 노출 독성 연구가 실시돼야 한다.

△조성필 이사 = 일본의 경우 미국이나 EU의 평가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평가방법을 개발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강창용 선임연구위원 = 네오니코티노이드 독성 문제가 10년여 동안 논쟁, 연구돼 왔다는 점에서 꿀벌 피해에 대한 개연성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다만 세계는 물론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이 큰 만큼 일시적으로 배제키도 어렵다. 게다가 지역, 농업, 농업인의 행태 등 많은 요인들이 있어 꿀벌 실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고, 우리나라 환경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가 부족했다는 데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도 장기적인 실험을 통해서 자료를 축적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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