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다행히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난 농심은 잠시 잦아들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으로 농업계 여론이 흉흉하긴 하지만 만약 산지 쌀값이 반등하지 않았더라면 전국의 농업인들은 또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짓기 위해 거리로, 도로로 찬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쌀 가격은 지난해 6월 20여 년 전 가격인 80kg당 12만원 대까지 추락했었다. 이후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다 올 수확기에 다행히 15만원 대를 회복했으며 이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만1837원 보다 14.5%높은 수치다.

이같이 쌀 가격이 반등에 성공한 것은 신곡의 시장공급량이 예상보다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4만 1000톤(5.8%) 감소한 395만 5000톤으로 추정됐다. 신곡 생산량이 400만 톤에 미달한 경우는 1972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정부가 예년보다 발빠르게 공공비축미 35만톤과 시장격리 물량 37만톤 등 총 72만톤을 매입한다고 발표하고 매입물량도 지난해보다 3만톤이나 늘리면서 쌀 가격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는 시장 격리 물량을 놓고 재정당국과의 협의과정이 수월치 않으면서 시장 격리 물량 발표 시기가 늦어지곤 했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정책 추진이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급락,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불안했었다. 급기야 사상 처음으로 변동직불금 1조 4900억원을 모두 지불하는 역사적인 일도 생겼다.

올해는 쌀값 반등에 성공하면서 변동직불금 예산을 상당수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확기 쌀값이 15만 1013만원 수준에서 확정되면 변동직불금은 6826억원만 지급되며, 만약 정부의 기대대로 15만 5000원까지 올라가면 5340억원만 지급된다. 국회에서 예산 협의 과정이 있어야 하겠지만 변동직불금 항목으로 세웠던 1조 4900억원 중 5000~6000억원의 예산은 다른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책을 언제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정부의 많은 정책들은 정책 입안 당시 잘 짜여져 있음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름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들어 정책을 마련해도 그 정책을 추진해야 할 현장 상황이 아직 미숙하거나, 아니면 정책을 추진할 시기가 너무 빠르거나, 아님 너무 늦는 경우 해당 정책은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또 꼭 같은건 아니지만, 농축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시점이 공교롭게 농식품부 국과장 인사철일 때가 적지 않았다. 정책을 추진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서 수급 불안 등의 문제가 더 심화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물론 농축산물 가격 급등락의 문제는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한 수급과 생산자 조직화 미진 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여기에 정책 수단이 늦다보면 상황은 더 악화되기 쉬워진다.   

농축산물과 같이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산업의 경우 정책 추진 시점은 더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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