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늦어도 내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이 실감할 수 있도록 부정청탁금지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 농산물 수급 및 가격동향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청탁금지법 개정을 시사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각각 한 차례씩의 설과 추석 대목을 잃어버려 농축수산인들이 큰 손실을 입은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유통되는 사과의 비중은 33~43%이고, 배는 이 보다 많은 49~64%에 달하는 등 농축수산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대목이고, 대목을 놓칠 경우 그 피해 또한 막대하다. 실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사과·배 재배농가의 소득 감소액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에 달해 연간 528~153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우, 굴비 등 고가의 농축산물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 차례의 대목을 놓친 탓에 해당 품목의 생산기반이 흔들릴 정도이고, 아예 소비자들의 선물 목록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공약에다가 문 정부 초대 장관인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까지 부정청탁금지법 개정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어 농축수산인들의 입술이 바싹 마르고 있다.

농산물 유통 현장에서 밝힌 이 총리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세 번째 대목까지 농축수산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부정청탁금지법 상한액 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고삐를 더욱 바싹 죄야 한다.

나아가서는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인들이 만족할 만큼 올려야 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식사·선물·경조사비 각각 5·10·10만원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선물가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은 오히려 수입농축수산물의 시장점유율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해 한우, 굴비, 인삼 등을 생산하는 농축수산인들 입장에서는 혹만 하나 더 붙이는 꼴이다.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부정청탁금지법이 농축수산인들에게는 지독한 몸살을 앓게 하고 있다. 특정산업의 일방적인 희생은 아무리 좋은 취지의 법이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정청탁금지법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상한액의 대폭적인 상향 조정을 통해 농축수산인들도 투명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세 번째 맞는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의 주름살이 펴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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