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오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지인 중에 풋고추의 끝부분을 톡 부러뜨린 뒤에 먹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고추의 매운 정도를 향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추의 끝 부분에 농약성분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일부러 끝을 떼어내고 먹게 됐다고 한다.     이미 연구를 통해 풋고추의 농약 잔류 속설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농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잔류농약’이다. 잔류농약은 농산물에 남아있는 극미량의 농약성분을 말한다. 가정에서는 구입한 농산물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농약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깨끗한 물과 소금이나 식초 등을 이용해 씻고 일부 농산물은 삶거나 데친 뒤에 섭취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과정만으로도 농산물의 잔류농약이 제거, 분해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잔류농약은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다. 더구나 최근 국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중 수입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2001년 100억 달러, 2016년 345억 달러)이 늘어남에 따라 잔류농약기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식약처는 수입농산물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사용한 식품이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막고, 안전한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PLS(허용물질목록화제도, Positive List System)를 시행하고 있다. 견과종실류(호두, 땅콩, 참깨, 들깨 등)와 열대과일류(참다래, 망고, 바나나 등)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 중이고 나머지 농산물은 2018년 12월 이후 전면 시행한다. 

앞으로는 PLS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사용등록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일률적인 기준(0.01ppm이하만 유통가능)으로 관리하게 돼 허용된 농약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수입농산물 이외에 국내에서 생산하고 유통되는 농산물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변경되는 농약 잔류허용기준에 대한 대응과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농약등록 관련기관 및 업체에서는 적용 농약을 확대해 생산자들이 작물별로 알맞은 농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기관에서는 제도시행에 따라 농업인들의 혼란과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활동이 우선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재배하고 있는 작물에 사용등록이 돼 있지 않은 농약도 국제기준(CODEX), 유사작목 기준에 적용을 받아 사용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해진다.

농약잔류허용기준 강화는 보다 안전하고 신뢰받는 농산물을 믿고 만날 수 있는 건강한 식탁으로의 초대라고 할 수 있다. 농업인은 안전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허용된 농약만 사용하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깨끗한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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